개인적으로 아는 작가는 거의 없지만, 지난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은 후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됐다. 그 당시 내 개인적인 상황(이별한지 얼마 안된 상황)이 그 책을 인상깊게 읽게하기도 했지만,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그의 생각이 나를 꼭 발가벗겨놓는 기분이어서 잊을수 없는 독서를 하게 해준것이 그를 좋아하는 좀 더 정확한 이유이다.

 작가에 대한 믿음 하나로 이번엔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는 책을 구입했다. 일단 제목부터가 자극적이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었을때가 이별 후에 내 마음을 달래줄 책이 필요했다면 이번엔 연애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 필요했기에 더욱 적절한 선택이었다.(제목만 놓고 본다면...)

 하지만 이번의 선택은 조금 빗나간듯 싶다. 일단 이 책은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에 대한 책이 아니다. 단지 작가가 쓴 이사벨이라는 여자에 대한 전기일뿐이다. 물론 일반적인 전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사벨은 위인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니면 옆집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여성일뿐이다.

 실제 이 책의 원제인 Kiss & Tell은 역자가 번역을 마치고 남긴 글에도 있듯이 유명인과의 밀회를 폭로하는 것을 뜻한다. (근데 왜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고 낚시성이 가득한 제목을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이사벨이라는 사람과 있었던 일들을 폭로한다는 뜻에서 지은 제목이 아닐까 싶은데...ㅎㅎ

 제목 덕분에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끝에는 작가와 이사벨이 사귀게 될줄 알았다. (사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이라고 그런줄 알고...;;) 덕분에 나에겐 작품의 끝에 이사벨이 신경질 내면서 "그만 만나는게 좋겠어"라고 말하는 반전 아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ㅠㅠ

 제목에 대한 태클이 너무 길었던듯 싶은데, 책 자체는 나쁘지 않다. 역시 나 알랭 드 보통답게 각종 철학적인 생각들이 작품 속에 가득하다. 나같이 무식한 독자들은 모르는 인용구도 많이 나오지만 확실히 사람의 심리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역시나 사람의 내면을 참 직설적이게 까발린다.)

 다만 그리 어렵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살짝 늘어지는 번역체로 인해 문장 하나하나가 쉽게 이해가 안된다는 것은 단점인듯 싶다. 실제 원작의 경우도 문장이 긴것이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번역 과정에서 그렇게 된것이 아닐까 싶다.(이건 어떻게 번역이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므로 일단 패스 ㅋ)

 확실한 것은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의도한대로 "이사벨"에 대해선 확실하게 알게 된듯 싶다. 그만하면 충분히 작가의 의도가 독자에게(적어도 나아겐) 전달된 것이 아닐지...

- 책 속의 한 문장
친밀해지는 것은 유혹과는 정 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유혹이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 또는 가장 매혹적인 정장 차림을 보여주는 것 속에서 발견된다면, 친밀함은 가장 상처받기 쉬운 모습 또는 가장 덜 멋진 발톱 속에서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