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해서 뭔가 사전정보라던가 그런거 없이 서점에 가면 늘 베스트셀러 코너와 경제/경영 코너만 왔다갔다 하는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작가중의 하나 알랭 드 보통의 가장 최근 작품이다. 그를 좋아하게 된 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보고나서부터다. 사람 심리에 대한 그의 섬세한 묘사와 철학적인 사색들이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다.

<공항에서 일주일을>은 영국의 히드로 공항에서 저자에게 1주일간 공항에 체류하며 공항에서의 느낌을 문학으로 풀어내도록 부탁하면서 시작된 작품이다.


 히드로 공항이라면 작년 유럽여행을 갔을때 가장 먼저 도착했던 공항이다. 한국을 떠나 처음 도착하는 유럽의 땅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도 기억에 남는 공항중에 하나다. (저가항공을 타고 나라를 이동했기 때문에 공항을 꽤 많이 갔는데 이름이 기억에 남는 공항은 몇 없다. ;;;;)

 공항이라는 장소는 세상의 모든것(사람이든 물건이든)이 오고가는 장소이기에 거기에 얽히는 사소한 얘기부터 저자가 살펴본 공항 자체(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알랭 드 보통다운 시선으로 작품이 쓰여진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보면 마지막에 공항에서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모두 모이는 것을 볼수 있다. 영화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공항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묶었다면 보통은 공항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중의 하나는 콩코드 룸(1등석 고객들만 머무는 휴식공간)에 대한 얘기였다. 보통은 이곳에서 부자들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허무는 장면을 본다.

내 주위에 있는 손님들은 부자의 상투적인 틀에 전혀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들이 아주 평범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골의 엄청난 땅을 상속한 나약한 상속자들이 아니라, 마이크로칩과 스프레드시트가 사람들 대신 일을 하게 하는 방법을 궁리해낸 보통 사람들이었다. .....(중략)... 우리 사회가 풍족한 것은 대체로 가장 부유한 시민들이 부자들은 이럴 것이다 하는 대중의 통념대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서양은 한때 어떤 종류의 라운지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면서도 포용력 있는 설명을 제공했다. 2,000년 동안 기독교는 근대 능력주의 체제에 내재한 관념, 즉 미덕이 반드시 물질적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관념을 거부했다. 예수는 지고의 인간이자 가장 축복받은 존재였음에도 지상에 사는 동안 내내 가난했으며, 바로 이 예 자체가 올바름과 부 사이의 직접적인 등식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인용이 조금 길었지만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책은 이런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줘서 즐겁다.)

"이 세상의 노고와 소란은 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 부, 권력, 탁월한 위치를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1795)에서 그렇게 묻고 스스로 대답을 했다. "공감하고, 만족하며, 찬동하면서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이다."

이 인용문도 인상깊었던 부분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문학작품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포토 에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이는 책 전체에 걸쳐 삽입된 사진들 때문이다. 유명한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들이 중간중간 글의 내용에 맞게 나타난다. 덕분에 페이지 수에 비해 내용은 얼마 안 되지만 이 사진들이 이 책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철학적 사색에만 그치지 않고 상상할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 알랭 드 보통 책을 세권이나 주문했는데 그 중 한권을 다 읽었으니 내일부턴 <여행의 기술>을 읽어볼까 한다. 과제와 시험의 쓰나미가 날 덮치기 전에 후다닥 읽어버려야겠다. ㅎㅎ

공항에서 일주일을(히드로 다이어리)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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