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개팅이나 미팅을 나가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해부해본적 있어요?"라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있다. 해부학은 수의대에서 본과 1학년에 배우는 과목인데, 이론과 실습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실습 시간에 4~5명이 한 조를 이뤄 개를 해부한다. 수의대이니만큼 개 말고도 여러동물을 해부할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의외로 해부학 시간에 하는 것은 개 해부뿐이다.

 이론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얘기하도록 하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습 수업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실습 수업은 모두 1년에 걸쳐서 진행된다. 1학기 중간고사 전까지는 골학을 배우는데 교수님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이때 주로 오랄(Oral) 시험을 본다. 총 4시간의 실습 시간중 3시간 정도는 열심히 뼈를 외우다가 1시간 정도는 교수님에게 조별로 불려가서 구두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의 질답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집에 갈수 있거나 아니면 좀더 남아서 외우거나하는데... 아무리 빡시게 외워도 교수님이 대답할수 없는 질문을 하시기 때문에 패스는 못한다.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해부라고 할수 있는 카데바 실습을 시작한다. 카데바라는것은 개의 시체에 포르말린 같은 방부제를 넣어서 썩지않게 만들어놓은 부검용 시체를 말하는데 한 조당(4~5명) 한 마리의 카데바가 주어진다. 견종은 매해 다르다. 일반적으로 자주 실습되는 견종은 비글이나 셰퍼드다. 비글은 주로 실습견으로 많이 사용해서인듯하고 셰퍼드는 주로 군견이나 경찰견이 죽으면 학교에 기부되는듯 하다. (정확한건 모르지만 대충 이렇다고 들었다.) 카데바 선택은 조장의 가위바위보로 이긴 조가 우선권을 갖게 되는데 선호되는 카데바는 크기가 작은  수컷이다. 크기가 크면 근육이나 신경 같은걸 확인하기 좋지만 작업이 힘들고, 암컷이 경우는 수컷보다 지방이 많아서 지방 걷어내는 작업이 수컷에 비해 배는 힘들다. 지방에 포르말린이라도 섞여서 흘러나오면 그땐 정말 울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별로 카데바가 선택되면 해부학 실습이 시작된다. 처음엔 근육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신경들도 모두 보고 이름이 뭔지 확인한다. 실습을 하면서 조별로 사진을 찍는데, 이때 찍은 사진은 땡시라고 해서 중간, 기말고사에 시험으로 나온다. 시험에선 학생들이 찍어놓은 사진에서 마킹을 해놓고 그게 뭔지 물어본다. 슬라이드가 지날갈때마다 땡 소리가 난다고 해서 땡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부한 사진을 보면 그게 다 그거로 보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매우 높다. (대충 안심이랑 등심 놓고 이게 뭔지 맞춰보라는거랑 비슷한 난이도. 가끔은 어느쪽이 머리방향인지 헷갈리는 사진도 많다.)

 1학기때는 주로 근육들을 위주로 보고 여름 방학땐 냉동고에 카데바를 보관했다가 2학기가 개강하면 다시 1학기 때 보던 카데바로 실습을 계속한다. 1학기때 주로 근육 위주로 봤다면 2학기때는 주로 내장과 심혈관계를 위주로 본다. 카데바라는게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포르말린 냄새가 심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실습 시간이 힘들어지게 된다. 가끔 방학동안 카데바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조도 있는데, 이런경우엔 사태가 심각해진다. 곰팡이가 폈을뿐, 썩은게 아닌데다 여유분이 카데바가 없기 떄문에 교수님이 물로 씻어내고 실습을 진행하라고 하시기에... 알아보기도 힘들고 냄새도 심하다.

 실습은 매우 자율적으로 진행된다. 교수님이 실습 전에 오늘 봐야하는 구조들을 프린트해서 주시면 부검하면서 그걸 하나하나 확인하는 식이다. 옆에서 코치해주는 사람이 없이 학생들만으로 부검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끔(이라 쓰고 자주라 읽는다.) 꼭 확인해야 하는 구조물을 잘라놓고(주로 신경이나 혈관을...) 못찾아서 조교님을 불렀다가 혼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엔 신경을 잘라놓고 교수님께 땡시용으로 제출할 사진을 찍기 위해 끊어진 신경을 교묘하게 안 끊어진것처럼 위조(?)해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잇다. (결합조직을 신경처럼 보이게 잘 다듬어서 사진 찍은 경우도 있다. ㅋㅋㅋ)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해부학 실습은 1주일에 한번 4시간씩 진행된다. 실습 중간에는 앉아있기도 힘들고 계속 서서 카데바 옆에 붙어있어야한다. 쉬는 시간은 한번만 주어진다. (물론 교수님마다 다르다.) 그래서 해부학 실습을 하고 나면 하루종일 힘들고 포르말린 냄새가 몸에 배기 때문에 사람 많은 곳에 가기도 힘들다. 끝나고 나면 힘들어서인지 술이 그렇게 땡기는데 삼삼오오 모여서 맥주를 한잔 하러 가기도 한다.

 해부학 시간 외에도 동물을 해부하는 경우는 많다. 예과 때 이미 마우스를 부검하는 시간이 있고, 본1 때는 해부학 말고도 실험동물학에서 마우스, 랫드를 부검한다. 본2 때는 병리학 시간에 돼지 부검을 하고 조류질병학 시간엔 닭을, 어류질병학 시간엔 물고기도 해부한다. 정말 다양한 동물을 해부하게 되지만 기본이 되는 것은 개이고, 다른 시간에는 해부학 시간만큼 자세하게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해부하지도 않는다.

 다시 하라고 하면 죽어도 하고 싶지 않지만 해부학은 수의대에 들어와서 개라는 동물을 직접적으로 접하는 첫 수업이기도 하고...(예과때는 그런거 없다. 예과때는 여기가 수의댄지 자연과학대인지 알길이 없다.) 해부학을 배우고 나면 개라는 동물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했던 수업중 하나였다. 아마도 다음 포스팅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부학 이론 수업에 대해서 포스팅이 될듯하다.

ps1. 가급적 수의대 이야기는 재미를 위주로 쓰고 싶어서 사진도 넣고 싶었지만 해부학과 관련된 사진은 모자이크가 필요한 사진들이 많고... 귀찮아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스킵 ㅋㅋㅋㅋ

ps2. 해부학 시간은 분명 힘들고 많은 학생들이 싫어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실습 시간에는 매우 진지하다. 예전에 카데바로 장난치던 의대 학생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는데 적어도 우리 학교는 그런 경우는 없다.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기부된 동물들에 대해서 가벼운 마음을 갖는 사람도 없다. 이 글이 동물보호와 같은 주제와 어울려 논쟁이 될까봐 걱정은 되지만 일단은 수의대에 대한 얘기를 솔직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포스팅이니만큼 그런쪽으로 너무 민감하지 않게 봐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