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해부학 실습 시간에 개를 해부하는 얘길 했었다. 그때 예고했던대로 이번에는 해부학 이론 수업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본과 1학년 때 가장 토나오는 과목이 있었다면 아마 조직학과 해부학이 아니었을까 싶다. 두 과목 모두 공부를 해보면 재밌는데 양이 엄청난지라 공부할 때 정말 고생이 심하기 때문이다. 조직학과 해부학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과목이다. 다만 조직학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구조를 공부하는 과목이고 해부학은 육안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구조를 공부하는 과목이다. (그래서인지 건대에선 조직학 교수님이 예전에 해부학을 가르치셨다는 얘기도 있다. - 사실인지는 모름. -ㅅ-)

 조직학은 다음에 땡시에 대한 얘기할 기회가 생길 때 말하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해부학에 대한 얘기를 중점적으로 해볼까 한다. 해부학의 커리큘럼은 총 1년에 걸쳐 진행된다. 가장 먼저 골학(뼈에 대한 공부)을 배우고, 그리고 근육, 혈관, 내장기관(이걸 호흡기계, 소화기계, 비뇨기계, 감각기관 등등으로 나눠서 배운다.) 순서로 공부를 한다. 신경은 따로 2학기 때 신경해부학이라는 과목에서 배우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해부학 수업 중간중간에 크고 중요한 신경들에 대해서는 공부를 한다.

 골학시간에는 뼈에 대해서 배운다. 이때부터 잊고 있던 의학용어들을 기억해야 한다. 방향을 나타내는 단어 (Cranial / Caudal, Proximal / Distal 등등)부터 큰 뼈의 이름까지는 예과 1학년때 의학영어 시간에 배우지만 다들 까먹었기에 이때 다시 외우기 시작한다. 뼈라고 하면 양이 얼마 안 될것 같지만 뼈 하나에서도 작은 돌기 같은 구조물의 이름까지 전부 외워야 하기 때문에 양이 꽤 된다. 게다가 수의대의 공부라는 것이 개를 위주로 하기는 하지만 개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부학 시간에는 꼭 비교해부학이 동반된다. 예를 들자면 개의 척추식은 목뼈 7개, 등뼈 13개, 허리뼈 7개, 엉치뼈 3개, 꼬리뼈 20~23개인데, 말의 경우는 등뼈가 18개라든지 하는 것들이다.(정확한 말의 척추식은 기억이 안난다 ;;) 비교해부학이라고 모든 동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개, 고양이, 말, 소, 돼지는 꼭 한다. 그러니 나중되면 이게 헷갈리기 시작한다. 내가 외운게 개였는지 아니면 돼지였는지...-ㅅ-;;;

 근육을 배울때는 근육이 시작되는곳(이걸 Origin이라고 한다.)과 닿는곳(이건 Insertion)을 외워야한다. 근육이 한 두개도 아니고 양이 엄청나기에 Origin Insertion을 다 외우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서도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은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비교해부학은 여기서도 학생들을 괴롭히는데 이때는 개한테는 없는 근육이 말한테는 있다든지 하는 식이다. -ㅅ-;; (비교해부학은 해부학을 하면서 끝까지 사람을 괴롭힌다.)

 혈관 공부는 동맥과 정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걸 외워야 되는게 토나오고, 채혈을 하는 혈관이 어딘지 같은 것도 조금씩 배우기 때문에 점점 더 헷갈려간다. 혈관에서 토나오는건 동맥에 대응되는 정맥이 이름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는거다. 정확한 예는 기억이 안나는데 이름이 똑같은거 같으면서 알파벳 한 두글자 다르게 나와서 사람을 열받게 만든다. ㅠㅠ

 내장 기관을 배우기 시작해도 어렵기는 똑같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기서부터는 작은 구조물의 이름을 외우는건 거의 없고 주로 비교해부학 위주로 공부하면 된다는거다. 신장의 모양이 동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거라든가... 생식기 같은 것도 동물마다 어떤 동물한테는 있는 구조물이 어떤 동물한테는 없는 조물주의 장난이 계속된다. -ㅅ-;;;

 그나마 비교해부학의 악몽이 가장 적은 것은 신경해부학인데 여기서는 뇌에 대해 배운다. 말초신경에 대해서도 배우긴 한거 같은데 지금 기억 나는건 거의 중추신경(뇌랑 척수)인듯 싶다. 개도 뇌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들이 여러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배운다. 하지만 동물에서의 신경해부가 잘 연구되지 않아서인지 주로 사람의 뇌를 기준으로 공부를 한다.

 08년도부터는 해부학용어가 전부 순한글말로 바뀌어서 공부하는게 좀더 어려워졌다. 원래 해부학을 배울때는 구조물의 이름을 영어와 한글 모두 외우는데 한글이 전부 바뀐거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접형골이라고 부르던 뼈를 08년 이후에는 나비뼈라고 고쳐부르는거다. 근데 공부를 할때는 과거 자료(선배들이 남긴 족보)를 봐야하기 때문에 접형골이라는 말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알아야 하는 말이 더 늘어나게 된다. 10학번 정도만 되도 과거 한글용어까지 알 필요는 없을듯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과도기에 껴서 좀 더 힘들게 공부를 했던거 같다.

 챕터가 끝날때마다 보는 해부학의 시험은 (중간/기말 두번으로 나누어 보면 양이 너무 많아서 시험을 챕터마다 본다.) 양도 많고, 이해가 필요없는 순도 100%의 암기시험이기 때문에 매번 어렵다. 전날 밤을 새도 다외우는건 쉬운일이 아니니 족보는 필수다. (족보에 대한 얘기는 이전 포스팅 참조)

 공부할때는 분명 토나오고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해부학을 공부하고 나면 내가 수의대생이 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인지 난 이 과목이 꽤 좋았다. 아마 수의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이 아닐지...(아님 말구 -ㅅ-;;)

ps. 맨날 글만 남기는 거 같아서 재밌는 이미지를 넣고 싶지만 역시나 귀차니즘 때문에 무리인듯... 해부학 교제라도 넣어보고 싶었는데 포스팅 한곳이 카페라서 그냥 포기. 집에가서 찍어서 다시 올리는게 너무 귀찮다. ㅠㅠ (개강이 1주일도 안 남았는데 이놈의 귀차니즘....큰일인듯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