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포스팅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수의대의 졸업 후 진로나 전망에 대한 궁금증이 제일 많은걸 알 수 있지만 사실 나도 별로 아는게 없기에 거기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는게 조금 조심스럽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부르게 얘기했다가 괜히 잘못된 정보를 말할거 같아서...;;;; 그래서 그런 포스팅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쓸 수 있을듯 싶다. 오늘은머리 아픈 진로나 전망 문제가 아니라 수의대에서 보는 땡시라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한다.

 땡시 얘기는 예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한번 언급했던것 같다. 다른과에는 없는 유형의 시험인듯 싶어서 한번쯤 포스팅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 따로 포스팅을 한다.

 땡시는 실시간으로 문제가 나오고 실시간으로 문제를 푸는 유형의 시험이다. 프로젝터로 사진을 띄워주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사진이 사라진다. 조직학 땡시 같은 경우는 현미경 사진을 프로젝터로 띄워주고 30초 정도의 시간안에 어떤 조직의 현미경 사진인지를 쓰면 된다. (세포 이름을 맞추는 경우도 있고... 문제 유형은 다양하다) 과거 파워포인트랑 프로젝터가 있기 전에는 종을 쳐서 정해진 시간이 다했음을 알렸기 때문에 땡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수의대에서 땡시가 활용되는 과목은 주로 실습이다. 커리큘럼이 이론과 실습이 따로따로 구성되는데, 예를 들자면 3학점짜리 해부학 이론 수업이 있으면 따로 1학점짜리 해부학 실습 수업을 편성하는 식이다. 그래서 땡시 점수를 기준으로 실습과목의 점수가 나오기 때문에 나름 중요한 시험이다. (실습 과목의 특징이 중간고사는 안 보고 기말고사만 보는 식이라서 단 한번의 시험이 점수로 연결된다는 측면도 있다.)

 여태껏 땡시를 본 과목들에는 해부학, 조직학, 병리학, 기생충학, 방사선학, 산과학 등이 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넘어가니 고민할 시간 같은건 없다. 문제가 나오는 즉시 고민없이 답을 써내려가야한다. 당연 놓친 문제에 대해서 미련을 갖지도 말아야 한다. 미련을 갖고 전문제를 생각하다보면 현재 문제를 놓치기 때문이다. (나처럼 모르는것에 대해 미련이 없는 사람은 유리 ㅋㅋㅋ)

 당연히 한문제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처음 땡시를 볼땐 굉장히 긴장하면서 시험을 보게 된다. (긴장한다고 시험을 더 잘보는건 아니지만...ㅋㅋ) 본1때 해부학과 조직학에서 가장 먼저 땡시를 접하게 되는데 둘다 난이도가 꽤 되기 때문에 처음 접할땐 더 당황하게 되는것 같다. (더군다나 건대에서 조직학 땡시는 교수님께서 F를 많이 주시기로 유명한지라 더 긴장하게 된다는...)

 여태 본 땡시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땡시는 기생충학 떙시다. 땡시의 특성상 문제가 나오는 즉시 답을 써야 해서 시험을 볼땐 다들 열심히 펜을 움직이는데, 기생충학 같은 경우는 어떤식으로 문제가 나올지 다들 예상하지 못하는 바람에 마치 영화를 보듯 펜을 내려놓고 슬라이드를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땡시 시험 시간이 길게 느껴진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기생충학 떙시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땡시는 시험 공부를 하기가 엄청 까다롭다. 이론 과목처럼 무조건 외운다고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진이 나올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일반적으로 교수님이 준비하신 사진을 사용), 사진 자체를 외워버리기도 힘들다. 평소에 수업을 잘 듣고 사진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들에 대해 숙지하는 수밖에는...;;;

 해부학 같은 경우는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찍은 사진을 땡시에 활용하시기도 하지만 역시나 그 외의 사진에서도 출제가 되기 때문에 공부하기는 똑같이 까다롭다. 공부하기 까다로워서 그런지 실제 땡시시험 전날엔 이상하게 다들 땡시 공부는 잘 안 한다. 땡시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던게 조직학이었던거 같은데... 아무래도 다들 F의 공포 때문에 열심히 한 듯 싶다. 다른 과목 같은 경우는 설마 실습에서 F를 주시진 않겠지... 라는 생각에 대강대강한듯하다. 일반적으로 땡시가 있는 날은 이미 오전에 그 과목의 이론 시험을 보기 때문에 땡시까지 공부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더 많지만...

 하지만 이런 식의 시험을 보고나면 확실히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뭔가를 배운다는 느낌이 강해서 좋기도 하다. 실습 시험이다 보니 직접 활용할수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해부학이라면 뭔가 직접 눈에 보이는 실체를 알게된 느낌이 들고 방사선학이라면 직접 진단을 내릴수 있을거 같다는 느낌도 드니까... 다른 시험이 시험을 보고 나면 1주일안에 대부분의 내용을 까먹는것과는 달리 땡시를 본 경우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장점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