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불법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어도비 포토샾이 아닐까 싶다. (윈도우도 불법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윈도우는 구입하려고 마음먹으면 OS라는걸 감안할때 그리 비싸지는 않고, 교육용 이벤트도 종종 하는편이라 나름 주변을 찾아보면 윈도우 정품 유저들은 꽤 찾아볼수 있다.) 어도비 포토샾을 정품으로 쓰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어마어마한 가격 때문이다. 내가 아는 앱 중에 단일 품목으로 가장 비싼 앱이다. 가장 최근 버전인 포토샾 CS6 익스텐디드의 풀버전은 145만원이고, 기존 사용자들의 업그레이드 비용도 58만원이다.


 내가 정품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맥을 쓰면서부터다. 일단 맥용 앱들의 경우에는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일단 기본으로 제공되는 퀄리티 좋은 번들앱들이 있어서 별도로 다른 앱들을 다양하게 구매할필요가 없었고, 구매한다 하더라도 20달러를 넘는 앱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비싼 돈을 주고 산 앱이 DSLR 카메라로 찍은 RAW 파일을 관리할수 있는 애플 어퍼쳐였는데, 이것도 80달러정도였으니 조금 무리하면 못 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불법을 사용하는것보다도 정품으로 구매하는게 훨씬 향후 업데이트 지원 측면에서 마음이 편하기도 했고, 크랙버전을 구해서 설치하려면 못할건 없지만(아마 토렌트 검색 한번이면 구할수있을거다.), 정품 구입이 더 편리해서이기도 했다. 맥의 경우 맥 앱스토어에서 버튼 한번만 누르면 다운과 설치를 동시에 할수 있기 때문에 가격만 합리적이라면 당연히 정품을 사용하게 된다. 맥 앱스토어에서 구입시엔 앱스토어 계정에 구입 목록이 기록되기 때문에 별도로 시리얼 번호를 관리할 필요도 없고, 한번의 구입으로 여러대의 맥에서 정품 앱을 사용할수가 있다.


 난 포토샾의 비싼 가격 때문에 그동안은 픽셀메이터라는 대체앱을 사용해왔는데, 사진을 제대로 보정해보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포토샾을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나도 포토샾을 쓰기로 결정하고 정품을 구입할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찾아봤다. 가장 먼저 생각한것은 "교육할인"이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할인을 하고 있는데, 다행히 어도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것도 무려 80%나 되는 할인율이었기에 이걸로 사면 되겠다 싶었다. 제일 먼저 Adobe.com 글로벌 사이트에 가보니 약 20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학생용 제품을 팔고 있었다.


 그래서 학생용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자격요건을 살펴보니 실망스럽게도 글로벌 사이트에서는 북미와 유럽의 학생을 대상으로만 자격요건을 제한했다. (한국에 있는 내가 글로벌 스토어에서 200달러로 단품 포토샾을 살수는 없었던것이다.) 이것 하나 때문에 난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어도비 제품을 구입할수가 없게됐다. 그리고 재밌는 것이 소프트웨어 주제에 나라별 어도비 스토어에 따라서 파는 패키지의 언어가 다르다. (예를 들면 한글판 포토샾은 Adobe.com/kr에서만 받을수가 있다.) 맥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앱들의 경우는 OS의 언어에 따라서 자동으로 앱의 언어가 따라가는걸 생각하면 이해할수 없는 정책이었다. (뭐 언어별로 따라 만들면서 앱 용량을 줄인다거나 하는 장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정품 구입하는 사용자들의 경험이 단일화 되지 못하고 국가별로 나뉘어져버렸다.)


 결국 다음으로 향한 곳은 어도비 코리아 공식 사이트이다. 여기서도 학생용 스토어를 찾을수가 있었다.(학생용 스토어 찾는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글로벌 스토어와는 달리 여긴 더 이상했다. 일단 CS6 패키지(디자인 & 웹 프리미엄, 프로덕트 어쩌구 등등)가 아니면 학생할인을 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건 포토샾 CS6 익스텐디드 하나 뿐이어서 굳이 쓰지도 않을 프로그램을 구입할 필요가 없는데 포토샾만은 학생용으로 단품 판매를 하지 않는것이다. (한국 스토어와는 달리 글로벌 스토어는 포토샾의 학생용 단품판매를 하고 있다.)


 더 웃긴건 학생 할인으로는 어도비 코리아 공식 사이트에서 구입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 교육용 할인 스토어 링크를 클릭하고 들어가면 자격요건에 대한 페이지가 나오고 자격요건을 충족한다는 버튼을 누르면 다시 일반 스토어로 들어가버린다. (이게 어찌나 황당했던지...-ㅅ-;;;)


 그래서 다음으로 향한 곳에 트위터에 있는 어도비 코리아 공식 계정에 질문을 하는것이었다. 포토샾 단품을 학생할인으로 구입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어도비 리셀러의 사이트 링크를 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토샾만 단품으로 판매하지는 않고 CS6 패키지 판매만을 학생할인으로 살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로컬 정책인지...-ㅅ-;; 글로벌에서는 되고 한국에서만 안된다니 이해가 안된다.)


 그나마도 가르쳐준 리셀러 사이트는 교육기관을 상대로 볼륨 라이센싱을 하는 곳이었고, 개인용 사용자에게 파는 곳은 아니었다. 결국 그렇게 일단락 되고 성질이 나서 그냥 크랙을 써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정품을 사고자 하는 사람인데 정품 사는 루트를 알수가 없다니~!!!


 그러다가 얼마전 급 생각이 다시 나서 구글에서 "어도비 cs6 학생 할인" 이라고 검색을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생 할인을 해주는 리셀러 사이트를 찾아냈다. 여기도 여전히 포토샾 단품은 판매를 하지 않았고 패키지만 팔았지만 패키지 가격 자체가 17만원으로 내가 지불할수 있는 수준 내에 있었기에 여기서 구매를 하기로 했다. (아마 포토샾 단품만 판다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겠지만, 이젠 그냥 이거에 만족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어도비의 소프트웨어 판매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1. 이해할수 없는 가격정책. 패키지 판매보다 단품 판매를 한다면 일반 개인 사용자들 중에서도 정품 사용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난 구입한 디자인 & 웹 프리미엄 패키지에서 포토샾 말고는 필요한게 하나도 없음)


2. 글로벌 스토어와 로컬 스토어의 정책 차이. 소프트웨어 회사면서 이런게 일관적이지 못하다는건 장사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와 같지 않나 싶다.


3. 언어팩의 다양화. 이건 윈도우도 그랬던것 같은데 한국어 제품은 한국 사이트에서만 구입하게 해놓으니 역시나 구입하는 사용자들의 경험이 일관적이지 못하고 어도비 본사 측에서 통제하지 못하는것 같다. (웃긴건 라이트룸의 경우 맥앱스토어에 올라온 버전은 이런 문제가 사라지고 일관된 구입 경험을 제공한다. 포토샾도 맥앱스토어에 좀 올려주지...)


4. 글로벌 스토어와 로컬 스토어의 정책 차이 문제 때문이겠지만 최근 출시된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국내 사이트에선 등록이 불가능.


5. 구입 경로를 공식 스토어로 유도하지 않고 리셀러들에게 나눠주면서 사용자가 정품 구입하기 힘들게 만들어놓음. 소프트웨어의 경우 다운로드를 하면 되니 굳이 리셀러를 만들 필요가 없을것 같은데, 아직도 DVD를 통한 패키지 판매를 선호하는 이유를 알수가 없음. 물류배송비, DVD 제작비 등등 손해보는게 한두개가 아닐텐데 굳이 리셀러들을 이용할 필요가 있나.? (OS도 인터넷으로 배포하는 시댄데...)


6. 위에 언급한 것이지만 패키지 판매 방식 선호 문제. 이것때문에 정품을 구입하고도 실제 제품을 설치해서 라이센스 하고 사용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한다. 거기다가 난 학생할인이라서 패키지가 배송되어도, 여기서 다시 시리얼 번호 발급을 위해서 며칠을 더 관련 서류를 준비해서 어도비 측에 보내야 한다.


6. 제한적인 라이센스. 맥 앱스토어와 비교하니 더 짜증이 나는것 같다는 느낌도 있지만 어도비 제품의 경우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해도 최대 2대의 컴퓨터에서만 사용이 가능. (그것도 동시 사용은 라이센스 위반)


어도비 정도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소프트웨어 회사중의 하나이고, 어도비 제품을 써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 이런식의 후진적인 판매 방식이라니... 소비자의 돈이 주머니에서 나오려다가도 도로 들어갈것 같다.


 이런 얘길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더니 업그레이드 할 때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고 한다. 지인의 아는 사람 중에 하나는 CS4 업데이트 당시 문의 전화를 했더니 한국어판은 3,4개월 걸릴거라는 대답을 들은적도 있다고... (크랙 버전이 인터넷에서 잘 돌아다니고 있을때 말이다.)


 어도비측에서 이 글을 볼 일이 있을까 싶지만....(오죽하면 이 사태를 어도비 코리아 사장한테 알릴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이메일 주소까지 검색해봤었다. ㅎㅎ) 제발 어도비 코리아 측에서 이 사태를 인식하고 제대로 고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