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에 대해서...

from IT 2012.12.03 12:43

예전엔 안 그랬는데 몇번 데이터를 잃어버리고 나서는 늘 백업에 관심이 많다. 윈도우를 쓰던 시절에는 백업이라는것 자체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고, 맥으로 스위칭 하고 나서는 타임머신이라는 기능이 있다는걸 알고 백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1] (타임머신보다 공유기 역할을 하면서 무선으로 백그라운드 백업을 해준다는 타임캡슐에 더 관심이 갔던게 사실이지만 ㅎㅎ)

6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소실되지 않은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면 백업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얼마전 트위터에서 본 백업의 3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3개 이상의 복사본을 유지하라.
  2. 2개 이상의 다른 매체를 사용하라.
  3. 1개 이상 다른 장소에 백업본을 두어라.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총 4곳(춘추관, 전주, 성주, 충주에 보관하다가 외세의 침략으로 소실되자 발길의 잘 닿지 않는 향산 태백산 오대산 마니산 등으로 분산했다고 한다.)에 복사본을 보관했다고 하니 2번 원칙은 잘 모르겠지만 1번과 3번 원칙은 확실히 잘 지켰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백업을 열심히 하자는건 이 글의 주제가 아니고, 최근에 있어서 과연 백업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을 시작했다. 별도의 백업을 하지 않던 시절에도 난 맥을 포맷하고 중요한 내 데이터들은 쉽게 복구할수가 있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들 덕분이다.

내가 유실하지 말아야 할 데이터들은 다음과 같다.

  • 사진
  • 음악
  • 문서
  • 약간의 파일

사진 같은 경우는 플리커에 전부 원본 해상도로 올려놨고, 음악은 아이튠즈 매치를 이용해 애플 서버에 저장되어있다. 문서 같은 경우 에버노트로 역시 클라우드에 올려져있고, 약간의 파일들은 에버노트와 아이클라우드에 분산되어 저장되어있다.

최악의 경우 내가 맥북을 분실했다 하더라도 데이터는 여전히 클라우드에 살아있어서 아이디 하나만 입력하면 전부 다시 새로운 맥에 저장된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별도의 백업이 필요할까? (흔히 말하는 외장하드를 이용한 로컬 백업 말이다. 좀 더 전문가들의 경우는 이 백업 자체를 또 다른 클라우드[2]에 올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다시 처음의 백업의 3원칙을 살펴보면 분명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시에는 몇가지 원칙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는걸 알수 있다. 3개 이상의 복사본을 유지하는건 기껏해야 컴퓨터에 저장된 원본 1개와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본 1개로 2개뿐이고, 2개 이상의 다른 매체는 아마 백업에 편집증이 걸리지 않은 이상 하드디스크 이외에 다른 매체를 사용하긴 힘들거라고 본다. 마지막 1개 이상의 다른 장소도 한국에 있는 컴퓨터와 미국에 있는 서버로 충족한다.

이런 경우가 발생할수 있을까 싶지만 미국내 서버가 있는 지역에 핵폭탄이 터진다고 할지라도 내 데이터는 안전하다. 심지어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사용하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 설명을 보면 데이터 자체를 미국 내의 여러 곳에 분산시켜 저장한다는 것도 알수 있다. 여차해서 클라우드 서비스 전체가 오프라인이 된다 해도 앞서 말한 서비스들은 컴퓨터에도 파일을 저장한다.[3]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가 이미 고객들의 데이터를 분실하지 않기 위해서 이중삼중의 백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클라우드 서비스를 믿지 못해 로컬에 또 다른 백업을 만들어야 하는가는 조금 의문이 든다. 하드디스크가 고장 나는건 상당히 높은 확률의 사건이지만 미국 전역에 핵폭탄이 터지고 우리나라 전체에 인터넷이 끊기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건 주요 데이터에 대한 보관의 측면에서다. 컴퓨터의 사용환경 (앱을 비롯한 각종 설정) 자체를 백업하고자 한다면 로컬 백업뿐만 아니라 또다른 전체 클라우드 백업 서비스를 이용해야한다. 또한 백업에서 복원을 위한 편의성이나 실시간성까지 고려한다면 로컬백업의 매력은 충분하다. 사실 백업을 하나 더 한다고 해서 나쁠건 없지만 비용대비 효율성의 측면을 생각해보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 그렇다고 윈도우가 백업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자세한건 모르지만 오히려 백업에 있어서는 윈도우 쪽이 더 낫다는 얘기도 들어봤다.  ↩

  2. 예를 들어 Arq와 아마존의 Glacier를 이용한 백업도 있다.  ↩

  3. 에버노트와 드롭박스는 로컬 컴퓨터에도 동일한 복사본을 유지한다. 다만 플리커와 아이튠즈 매치의 경우는 오프라인시엔 데이터에 접근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경우 로컬 백업의 필요성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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