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from 문화 2009.01.07 23:58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리니지나 와우, 하다못해 테트리스 같은 게임들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것이다. 필자의 경우 리니지는 해 본적이 없지만, 그 외에 다른 게임들은 질릴정도로 꽤 많이 해봤다. 그 중에는 폐인게임의 최고봉이라고 손꼽히는 와우(World of Warcraft, 이하 와우), FM(Football Manager,이하 FM) 같은 것들도 있었다. 제목은 '게임 중독'이라고 적어놨지만, 사실은 그냥 직접 경험해본 게임과 생활 얘기에 대해서 간단히 적어볼까 한다.

<WoW의 게임화면, 상황을 보아하니 흑마에...파흑인듯..?>

현실도피?

개인적으로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현실도피'라고 생각한다. 장점이 되는 경우는 피곤한 현실에서 벗어나서 스트레스를 풀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의 경우는 그것이 과해질경우 현실 생활을 제대로 할수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예를 들어보자면, 반수 시절에 FM에 빠져서 수험공부를 소홀히 했던 전력이 있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예과 2학년 2학기부터 시작한 와우로 학점이 나락으로 떨어진 경험도 있다. 물론 게임에 흥미가 시들해졌던 무렵에는 조금씩 가끔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로 사용했던적도 있다.

성취도를 느끼기 쉬운 게임

게임의 큰 특징중 하나는 누구나 쉽게 게임상에서 성취도를 확인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게임에 흥미를 느끼는것이지만, 그 점이 현실에서 좌절을 맛 본 사람들에게는 치명적 유혹이 될것이다. 현실에서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은 뭔가 성취감을 느낄수 있는 것을 찾고자 하는데, 현실에서 성취감을 느끼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가상세계인 게임속에서는 쉬운일이기 때문에 게임에 빠지게 되고, 빠져나오기 힘들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게임을 통해서는 생산적인 것을 얻기가 힘들다. 프로게이머를 예로 들며 생산적인 면도 있다고 반박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게임에 빠지는것과 프로게이머로서 직업 자체가 변하는건 별개의 이야기이다. (게임에 빠졌다가 프로게이머까지 가는 사람이 극소수인것도 사실이고...)

<불타는 성전의 최종보스 '일리단'>

필자가 불타는 성전(와우의 첫번쨰 확장팩) 시절 와우를 하면서 검은 사원의 일리단(최종보스)까지 잡았을 때  난 최상위 유저가 되었다는 성취감을 쉽게 느낄수 있었고 게임과 동떨어진 현실은 조금 외면하고 싶었던것 같기도 하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왜 그러고 살았는지 지금도 한숨이 나온다.ㅠㅠ)

게임은 어디까지나 유흥거리가 되어야지 생활이 되어선 안된다는게 아마 누구나의 생각일것이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그걸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와우를 하다보면 필자의 접속시간에 상관없이 항상 게임 상에서 상주해있는 (거의 24시간 접속해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흔히 이런 사람들을 NPC(Non-player character, AI에 의해 작동하는 게임상의 캐릭터, 게임상에서 항상 존재한다.)라고 농담삼아 말하곤 한다. 실제 컴퓨터를 켜놓고 다른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폐인게임인 Football Manager>

한번은 같이 게임상의 대화채널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끼리 수다를 떨다가, 서로의 플레이시간을 확인해봤던 적이 있다. (와우는 게임상에서 '/플레이시간'이라고 치면 게임상에 순수하게 접속해 있던 시간이 나온다.) 다들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다들 20일은 기본이고 대충 200일을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순수하게 게임만 했던 시간이 200일이라니... 대충 짐작이야 했겠지만 직접 확인하는것과는 느낌상에 큰 차이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인생에서 잠자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아깝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하물며 게임플레이 시간만 200일이라니~!!!)

FM 같은 경우엔 게임을 로딩하자마자 처음 뜨는 화면이 플레이시간을 말해주는 화면이다. 플레이시간에 따라서 멘트로 폐인정도를 표시해주는데, 그 멘트가 웃긴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0일 - 실전경험이 부족한 상태
1일 - 살짝 중독된 상태
1일 반쯤 - 딱 한경기만 더, 맹세코 딱 한경기만 더...
2일 - 속옷을 갈아입을때가 되었습니다.
3일 - 빨래할 시간이 아까우니 속옷을 뒤집어 입으세요.
4일 - 식사 따윈 안해도 돼. 진짜 감독이 뭐 먹는거 봤어?
5일 - 시간이 아까우면 피자나 주문해서 먹는게 나을거 같군요.
6일 - 명심하라. 먹어야 살 수 있다.
7일 - 축구를 하기에 일주일은 긴 시간이다.
8일 - 잠은 애들이나 자는 것이다.
9일 - 회사에 연락해서 아파서 결근한다고 하는거 잊지마세요.
10일 - 가족들에게 얘기해서 아파서 못가겠다고 하는거 잊지마세요.
11일 - 나는 이제 풋볼매니저 전문가가 됐다.
13일 - 내 이력서에 풋볼 매니저 감독 경력도 포함시켜야 한다.
15일 -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누구도 내게 뭐라 할 자격은 없다.
17일 - 이제 모든 대인관계가 파탄났습니다.
19일 - 원한다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다만 아직 그만둘 생각이 없을 뿐...
22일 - 이제 FM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면 내가 원하는 한 계속 함께 할것이다.
26일 - 손과 팔이 저리지 않나요? 바로 '반복 사용 긴장성 손상 증후군(RSI)'입니다.
31일 - 사실 중독된 것은 아니다. 다만 멈출 수 없을 뿐...
34일 - 당신 솔직히 이 멘트 보려고 휴가로 돌리는거죠?
51일 - 볼거 없다. 어서 게임으로...
100일 - 이 곳의 축구는 뭔가 다르군...

사실 제작진이 의도한것은 게임의 흥미를 북돋으려는 것이겠지만, 조금 심각한 시선으로 쳐다보면 '흠칫'하는 부분들이 없잖아 있을것이다. 처음엔 흥미로 시작했다가 식사를 거르기 시작하고, 회사와 가족에 소홀해지더니 나중에는 대인관계가 무너지고, 최후에 있어서는 건강을 해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실제 영국에서는 FM이 이혼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니... 게임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할수있다.

필자의 생각에 게임은 안하는게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로 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그 적당히라는 수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수도 없이 봤기 때문에 애시당초 싹을 잘라 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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