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달 반 정도 블로깅을 쉬었다. 중간에 기말고사도 끼어 있었고, 딱히 포스팅할만한게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귀차니즘을 견디고 포스팅을 할만한 주제가...;;;) 너무 포스팅을 오래 쉰것 같아서 뭔가 쓸만한게 없을까 하다가 만만한게 수의대 이야기인지라 수의대 카테고리에 글을 하나 추가해볼까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 할 얘기는 수의대생들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것이다.

 수의대생들의 알바라고 다른 전공을 갖는 학생들과 크게 다를건 없으나, 수의대생 같은 경우엔 동물병원 알바를 종종 한다. 다른 알바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거의 과외 아니면 동물병원 알바 둘 중에 하나를 하는것 같다. 과외 같은 경우엔 다른과 학생들과 다를게 없다. 일단 수능성적이 낮은 편은 아니니 그걸로 과외 자리를 구해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 얘기하고 싶은건 과외 얘기보다는 동물 병원 알바 얘기다.

 어떤 동물병원에서 알바를 하느냐에 따라서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공통적으로 동물이 왔을때 움직이지 못하게 보정하는 역할과 입원중이거나 호텔에 있는 동물들의 분변을 치우는 일, 알콜솜이나 주사기 같은 소모품들을 채워넣는 일, 동물병원 청소 등의 일을 한다. 좀 더 일을 많이 시키는 곳 같은 경우엔 개의 항문낭(냄새가 고약하다)을 짜주거나, 발톱을 잘라주는 일 같은것도 한다. 카운터를 보도록 하는 곳도 있다.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수의사가 하는 의료활동을 제외한 잡일을 담당한다.

 동물병원에 따라서 당직알바를 요구하는곳도 있고(주로 24시간 하는 병원에서 응급으로 들어오는 환축의 경우 수의사 혼자서 보정과 처치를 모두하기 힘들기 때문에 당직알바를 요구한다.), 그냥 정해진 낮시간에만 일하는 곳도 있다. 난 당직알바를 했었는데 밤새 잠을 안 자는건 아니지만 하루 하고 나면 굉장히 피곤하다.

 아마 수의대생이라면 동물병원 알바를 거의 한번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굉장히 페이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동물병원 알바를 하고 나면 얻는게 있어서 다들 한번쯤은 해보는것 같다. 페이는 여기에 공개하면 원장님들 최저임금 안지켰다고 경찰서 갈거 같아서 못 밝힐정도인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근무시간 내내 일을 하는게 아니라 잠을 잔다거나 놀고 있다거나 하는 시간이 많아서 크게 불만이 많지는 않다.

 동물병원 알바 자리는 항상 있어서 예과 1학년때 입학하자마자 시작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내 생각엔 본3 이상은 되야 얻는게 있지 않을까 싶다. 페이를 보고 하는 알바가 아니라서 돈 대신 다른걸 얻어야 하는데, 주로 소동물 임상이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걸 보려고 간다. 그런데 예과 때는 그런걸 알아보기에는 아는게 너무 없다. 학교에서 실습 시간에 개 한마리 보기 힘든데 동물병원에 가서 뭔가를 얻을 수 있을리가 없다. 굳이 뭔가를 얻는다면 보정실력 정도가 될까... (알바 많이 해서 보정 잘하는 친구가 실습 때 같은조가 되면 편하다.) 그 보정실력마저도 제대로 써먹을려면 최소 본2는 되야한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본3이 되면 학교에서 소동물 임상과 관련된 과목들(외과, 내과, 방사선)을 배우기 때문에 동물병원 알바를 하면 어깨너머로 배우는게 생긴다. X-ray 한장을 찍어도 옆에서 같이 볼수 있기 때문에 어디가 문젠지 볼수도 있고, 종종 근무하는 수의사선생님이 이것저것 가르쳐 주시기 때문에 도움이 될수 있다.

 동물병원 알바 자리는 거의 수의대생들만 한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일단 일을 시작하게 되면 그만둘 때 후임을 구하고 그만둬야 하는데 후임도 수의대 내에서 구하기 때문에 같은 수의대생들이 알바자리를 넘겨받게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동물병원 알바가 일이 어렵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과외에 비해서 시간도 많이 뺏기고, 페이도 적기 때문에 나름 기피하기도 하는데(그래도 소동물 임상에 대한 생각 때문에 다들 한번쯤은 해본다.), 이 때문에 3월달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예과1학년생들을 꼬셔서 알바자리를 넘기기도 한다. (동물병원 알바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는 말로 꼬신다.)

 알바를 통해서 동물병원을 접해보기도 하지만, 방학 중 실습생이라는 명목으로 동물병원을 경험해보는 학생들도 있다. 실습생은 돈은 안 받고, 알바생들이 하는일과 비슷한일(하지만 잡일은 좀 적다.)을 한다. 다만 알바생에 비해서 병원에 오는 대부분의 케이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모두 볼수 있어서 어차피 페이가 적은 알바를 하느니 그냥 실습생으로 경험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랜만에 포스팅을 했더니 글이 뒤죽박죽인데, 뭐 어쨌든 수의대생들의 동물병원 알바는 대충 이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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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포스팅에서 어떤분이 병역문제와 관련해 질문을 하셔서 수의대생들이 군대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하게 아는대로 써보려고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은 성인이 되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한다. 수의대생들도 대한민국 남자들인지라 예외는 없는데 수의대생들이 군대를 가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현역으로 가는것과는 달리 주로 대체복무를 한다.

 수의대생들이 군대를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다른과와 똑같이 현역으로 가는것이다.(질문주셨던 분이 ROTC를 물어보셨는데 알아보니 ROTC는 힘들다고 한다.) 두번째는 대체복무를 하는 것인데.. 대체복무가 두가지로 나뉜다. 첫번째 대체복무는 공중방역수의사로 일반 공익근무와 유사하지만 수의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할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수의장교로 군대에 가는 것이다.

<지난 구제역 때 방역하던 사람들이 공중방역수의사다>

 공중방역수의사는 일단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훈련소만 들어갔다 나오면 다시 민간인 신분이 된다. 그리고 3년간 관련 일을 하면 복무한걸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복무 장소는 다양하다. 시군구청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고, 수의과학검역원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2년 정도를 복무하는 일반 현역병에 비해서 더 긴 기간을 복무하지만 일반 군인과는 비교할수 없는 액수(그렇다고 엄청 많지는 않다. 그냥 일반 군인과 비교하기엔 군인에게 미안한 것일뿐)의 페이가 나오기 때문에 대다수의 수의대 남학생들이 선택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만 공중방역수의사는 지원한다고 무조건 되는것은 아니다. 공중방역수의사가 되기 위해서 수의대생들은 본1(예2였는지 본1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때 수의사관후보생에 지원을 한다. 수의사관후보생에 지원을 하면 병무청에서 한 신체검사 등급과, 나이, 예과 때 성적을 이용해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후보생 자격을 준다. 다만 이게 경쟁률이 그리 크지 않고 지원하면 거의 대부분이 합격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의대에 입학한 남학생들은 대부분 수의사관후보생이 된다.

 몇몇 학생들에 한해서는 현역복무가 기간이 더 짧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군대(현역)를 가는 경우도 있다. 건국대 같은 경우는 한학번에 70명 정도의 남학생 중에 5~6명 정도가 현역으로 군대를 가는듯 싶다. (분명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의사관후보생이고 현역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경우다.)

 일단 수의사관후보생이 되면 졸업후 수의사 자격증을 따고 공중방역수의사로 가거나 수의장교로 가게된다. (공중방역수의사와 수의장교 모두 수의사관후보생 중에 선발하는 것) 이때 어떤 것으로 갈지는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랜덤이다. 수의대생들은 압도적으로 수의사관후보생을 더 선호한다. 일단 수의장교는 군대에 들어가는것이니까 개인적 생활의 자유도면에서 공중방역수의사를 따라올수 없다는게 가장 큰 이유다.(그 외에 페이라든가 복무기간에서는 둘다 거의 동일하다. 수의장교의 경우엔 중위로 임관하고 대위로 제대한다고 한다.) - 다행히 랜덤 선발시 공중방역수의사 선발 비율이 더 높다.

  공중방역수의사의 경우에는 본인의 선택에 의해 복무지를 선택할수 있는데... 이것도 1지망, 2지망식으로 지망을 하면 성적으로 뽑는다고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원을 잘 안하는곳은 쉽게 갈수 있지만 경쟁률이 센 곳은 가기 힘들다) 수의장교는 지역선택을 본인이 하는게 아니라 그냥 배치를 받는것 같다. 수의장교라고 하면 쉽게 생각할수 있는 일이 군견을 돌보는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국내에서 군견을 돌볼수 있는 곳은 춘천 군견훈련소뿐이라고 한다. 거기 배치될 확률은 희박하다고 하며 수의장교로 간다고 하더라도 주로 하는 일은 방역이나 식품검사쪽이라고 한다.

 공중방역수의사로 가는 경우 대학원을 병행할수는 있다고 하지만 역시나 이것도 공익으로 가는 것과 같이 다른 이익활동(파트타임으로 동물병원 일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일들)을 병행할수는 없다. (싸이가 그러다가 군대 두번 간거랑 똑같다.)

 대충 수의대 남학생들이 병역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위에 얘기한 것과 같다. 아~! 덧붙이자면 현역으로 가는 경우에도 다른과 학생들에 비해 좀더 편하게 간다. 땡보직이라고 하는 의무병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건 현역으로 가는 경우 본인이 지원해서 가는 것인데 자세한 과정은 잘 모르지만 수의대의 경우 전공 점수가 높아서 의무병 선발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의무병으로 가면 일이 편하다고 한다.)

한줄요약 : 수의대 오면 군대 편하게 간다.

ps.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난 병역문제가 수의대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군대 가기 너무 싫었다. ㅠ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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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수의대 이야기와 관련해서 사람들(특히 수의대 지망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게 수의대를 졸업하고 나서 어떤 일을 하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난 그동안 줄창 수의대 생활 얘기만 포스팅했지...) 수의대 생활만 포스팅한 이유는 일단 졸업하고 나서 무슨 일을 하는지 나도 정확히 말하기 힘들다는것과 나 스스로가 임상 수의사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진로엔 별 관심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질문도 많이 들어오고 언젠간 한번 써야할것 같아서 아는 한도내에서 글을 한번 써보려고 한다.
 

 
 6년간의 수의대 학사일정을 끝마치고 나면 졸업생이 선택할수 있는 길은 크게 2종류가 있다. 누구나 예상할수 있다시피 임상수의사로 가는 길이 하나가 있고, 나머지 하나는 비임상수의사가 되는것이다.

 인의쪽(의대, 치대, 한의대 등등)이 졸업하고나서 거의 10명 중 9명이 임상을 하는것과는 달리  수의대에서는 임상 수의사 쪽으로 진로를 잡는 비율이 의대쪽 보다는 적다. 주변을 보면 40~50% 정도는 비임상을 선택하는것 같다. (통계를 내본게 아니라 정확한 비율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비임상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임상 수의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다시 어떤 동물을 위주로 하는 수의사가 될 것인지 선택한다. 크게 대동물(소, 돼지, 닭 등 산업동물) 수의사와 소동물(개, 고양이) 수의사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주변에서 볼수 있는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소동물 수의사에 속한다. 대동물 수의사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일이 힘들고 목장이 위치한 시골을 위주로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꽤나 높은 수입(정확히 얼만지는 모르지만..;;;)에도 불구하고 학부생들 중에 지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소동물 수의사가 동물을 "치료"하는데 목적을 두는것과는 반대로 대동물 수의사는 동물의 "질병예방"과 "경제적 효율성"에 비중을  좀더 두기 때문에 같은 임상 수의사라 하더라도 꽤 큰 차이가 있다.

 소동물 수의사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1년 정도의 인턴 기간을 거친다. 인의 쪽과 달리 인턴기간이 정확히 몇년으로 정해진것은 없고 일반적으로 1년 정도 수련을 거치면 로컬병원에서 진료를 볼수 있다고 한다. 인턴 기간 동안의 수입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정확한 액수는 나도 잘 모를뿐만 아니라 민감한 문제니 패스) 소동물 임상수의사는 인턴 기간과 페이닥터 기간을 거쳐 개인동물병원을 개원하는것이 대부분의 공통적인 목표이다.

  그 외에 임상 수의사로는 동물원 같은 곳에서 일하는 야생동물이나 특수동물 수의사가 있다. 동물원 취직은 국내에 동물원이 많지 않은만큼 취직도 어렵고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비임상의 경우는 정말 길이 다양하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도 많아서 더 다양해 보이는듯...;;) 일단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 비임상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도 임상 대학원과 비임상 대학원으로 나뉘는데 비임상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 외에도 공무원이 된다거나, 기업체에 취직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로서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검역이나 방역쪽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의과학검역원에 취직하는 경우가 내가 아는 공무원으로서의 수의사가 진출할수 있는 길이다. (다른것도 있는지는 잘...;;;) 일반적으로 시작할땐 7급으로 임용되는걸로 알고 있고, 박사 학위가 있는 경우에는 6급부터 시작이었던것 같다.(예전에 들은거라 확실하지 않다.) 공무원의 경우는 어떤 분야든 똑같겠지만 수의대에서도 경쟁률이 엄청 쎄다.

 기업체 취직을 하는 경우도 꽤 된다. 유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나 제약 회사 같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유제품 생산 업체 같은 경우는 법으로 몇 명 이상의 수의사를 채용해야 한다는게 있어서 그쪽 방면으로 가는 사람이 좀 있고... 제약 회사 같은 경우는 동물 실험 관련해서 채용을 하는것으로 알고 있다. (아님 아예 동물약품을 취급하는 회사도 있다.)

 졸업하고 나면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공중방역수의사(대체복무)로 군복무를 3년간 하고 여자들부터 취직을 하게 된다. 수의사 또한 전문직이니만큼 청년 취업난이라는 말은 수의사들에겐 해당되지 않는것 같다. 자발적으로 노는 사람들은 몇 본적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노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더불어 일이 힘들다는 사람은 본적이 있지만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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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의대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포스팅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수의대의 졸업 후 진로나 전망에 대한 궁금증이 제일 많은걸 알 수 있지만 사실 나도 별로 아는게 없기에 거기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는게 조금 조심스럽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부르게 얘기했다가 괜히 잘못된 정보를 말할거 같아서...;;;; 그래서 그런 포스팅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쓸 수 있을듯 싶다. 오늘은머리 아픈 진로나 전망 문제가 아니라 수의대에서 보는 땡시라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한다.

 땡시 얘기는 예전에 다른 포스팅에서 한번 언급했던것 같다. 다른과에는 없는 유형의 시험인듯 싶어서 한번쯤 포스팅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 따로 포스팅을 한다.

 땡시는 실시간으로 문제가 나오고 실시간으로 문제를 푸는 유형의 시험이다. 프로젝터로 사진을 띄워주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사진이 사라진다. 조직학 땡시 같은 경우는 현미경 사진을 프로젝터로 띄워주고 30초 정도의 시간안에 어떤 조직의 현미경 사진인지를 쓰면 된다. (세포 이름을 맞추는 경우도 있고... 문제 유형은 다양하다) 과거 파워포인트랑 프로젝터가 있기 전에는 종을 쳐서 정해진 시간이 다했음을 알렸기 때문에 땡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수의대에서 땡시가 활용되는 과목은 주로 실습이다. 커리큘럼이 이론과 실습이 따로따로 구성되는데, 예를 들자면 3학점짜리 해부학 이론 수업이 있으면 따로 1학점짜리 해부학 실습 수업을 편성하는 식이다. 그래서 땡시 점수를 기준으로 실습과목의 점수가 나오기 때문에 나름 중요한 시험이다. (실습 과목의 특징이 중간고사는 안 보고 기말고사만 보는 식이라서 단 한번의 시험이 점수로 연결된다는 측면도 있다.)

 여태껏 땡시를 본 과목들에는 해부학, 조직학, 병리학, 기생충학, 방사선학, 산과학 등이 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넘어가니 고민할 시간 같은건 없다. 문제가 나오는 즉시 고민없이 답을 써내려가야한다. 당연 놓친 문제에 대해서 미련을 갖지도 말아야 한다. 미련을 갖고 전문제를 생각하다보면 현재 문제를 놓치기 때문이다. (나처럼 모르는것에 대해 미련이 없는 사람은 유리 ㅋㅋㅋ)

 당연히 한문제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처음 땡시를 볼땐 굉장히 긴장하면서 시험을 보게 된다. (긴장한다고 시험을 더 잘보는건 아니지만...ㅋㅋ) 본1때 해부학과 조직학에서 가장 먼저 땡시를 접하게 되는데 둘다 난이도가 꽤 되기 때문에 처음 접할땐 더 당황하게 되는것 같다. (더군다나 건대에서 조직학 땡시는 교수님께서 F를 많이 주시기로 유명한지라 더 긴장하게 된다는...)

 여태 본 땡시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땡시는 기생충학 떙시다. 땡시의 특성상 문제가 나오는 즉시 답을 써야 해서 시험을 볼땐 다들 열심히 펜을 움직이는데, 기생충학 같은 경우는 어떤식으로 문제가 나올지 다들 예상하지 못하는 바람에 마치 영화를 보듯 펜을 내려놓고 슬라이드를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땡시 시험 시간이 길게 느껴진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기생충학 떙시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땡시는 시험 공부를 하기가 엄청 까다롭다. 이론 과목처럼 무조건 외운다고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진이 나올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일반적으로 교수님이 준비하신 사진을 사용), 사진 자체를 외워버리기도 힘들다. 평소에 수업을 잘 듣고 사진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들에 대해 숙지하는 수밖에는...;;;

 해부학 같은 경우는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찍은 사진을 땡시에 활용하시기도 하지만 역시나 그 외의 사진에서도 출제가 되기 때문에 공부하기는 똑같이 까다롭다. 공부하기 까다로워서 그런지 실제 땡시시험 전날엔 이상하게 다들 땡시 공부는 잘 안 한다. 땡시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던게 조직학이었던거 같은데... 아무래도 다들 F의 공포 때문에 열심히 한 듯 싶다. 다른 과목 같은 경우는 설마 실습에서 F를 주시진 않겠지... 라는 생각에 대강대강한듯하다. 일반적으로 땡시가 있는 날은 이미 오전에 그 과목의 이론 시험을 보기 때문에 땡시까지 공부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더 많지만...

 하지만 이런 식의 시험을 보고나면 확실히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뭔가를 배운다는 느낌이 강해서 좋기도 하다. 실습 시험이다 보니 직접 활용할수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해부학이라면 뭔가 직접 눈에 보이는 실체를 알게된 느낌이 들고 방사선학이라면 직접 진단을 내릴수 있을거 같다는 느낌도 드니까... 다른 시험이 시험을 보고 나면 1주일안에 대부분의 내용을 까먹는것과는 달리 땡시를 본 경우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장점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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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를 찾으신 어떤분이 꽤 많은 질문을 댓글로 남겨주셨다. (메일주소를 남겨주셨으면 답해서 보내드릴텐데...ㅠ) 댓글로 남기기엔 꽤 장문이 될거 같아. 그냥 번외편으로 새로운 포스팅을 하나 남긴다. 그럼 인터뷰 하는 마음으로 답변 시작~!

1. 건대 등록금이 다른 지방 국립대의 거의 두배가 가깝다는 살인적이라는 말이 있던데 며칠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처럼 휴학하고 일터로 내몰리는 학생들도 많나요?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올해 건대 수의대의 등록금은 530만원이었습니다. 다른 학교의 수의대 등록금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전국 10개의 수의과대학 중 사립대는 건국대 하나인만큼 아마도 건대에 비하면 꽤 싼편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예상하기에는 300만원에서 400만원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확실하진 않습니다.) 매년 등록금은 오르고 아마 내년이 되면 더 오르면 올랐지 내리진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 건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4.7%였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저도 봤는데, 다행스럽게도 건대 수의대에서는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일터로 내몰리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없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전교생을 다 아는게 아닌지라...;;;) 한학기에 500만원이 넘는 돈이기 때문에 학생이 벌어서 내기에는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입니다. 등록금을 내는 것도 어느정도 모을만해야 휴학이라도 하는데 6년간 총 6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학생이 휴학하고 1,2년에 모으기에는 거의 불가능한게 사실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부모님의 도움으로 내고, 아닌 경우에는 학자금 대출을 통해 내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이라는게 빚인지라 졸업하고 갚아야 하기는 하지만 당장 돈이 없는 학생들은 어쩔수가 없죠 ㅠ)

2. 건대 수의대에서 6년 전액 장학금을 받을수 있는 사람은 몇명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 학교의 장학금 제도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건대의 장학금 제도는 매우 열악합니다. (학교가 돈은 많다는데 장학 제도는 형편없어요.) 일반적으로 학점이 4.3 이상이면 장학금을 받을수 있다고는 합니다. (전 받아본적이 없어서 ;;;) 4.3 이상인 경우도 전액은 아니고 부분 장학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건대 수의대에서 전액 장학을 받을려면 거의 4.5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아야 하고 공부양이 많은만큼 이게 쉬운일이 아닙니다. 인원수로 따지면 아마 한 학년에 10명이 채 안되는걸로 알고 있어요. 그마저도 전액은 1,2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장학금을 받을려면 당연히 열심히 공부를 하시면 됩니다. 고3 때 했던거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공부에 투자하시면 받을수 있습니다. ㅎㅎ

 성적 장학과는 별개로 입학 장학금도 있는데 이 경우는 받기가 좀더 수월합니다만... 왜인지 제 주변에서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사람들이 입학장학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네요. 정확하진 않지만 3.5(3.8이었던거 같기도) 이상을 유지해야 장학금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이 학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서 입학 장학금이 취소되곤 합니다.

3. 다른곳은 모르겠는데 건대 수의대에서 최장수생 비율이 어느 정도 될까요? 건대가 아닌 다른 지방대의 경우 열심히 공부하면 30~40대 학생들도 입학할수 있나요?

 한 학년이 80명에서 많으면 100명까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중 최장수생이라고 할수 있는 30대 이상 분들은 3,4명 정도는듯 싶습니다. 학번마다 사람수는 다르지만 최장수생이 없는 학번은 없어요. 건대는 본과 1학년에 편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학교에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하신다면 당연히 나이에 상관없이 입학하실 수 있습니다.

4. 항간에서는 비임상에서는 서울대 임상에서는 건국대 출신들이 휘어잡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

 이 얘기는 저도 들어본 얘기네요. 건대의 경우는 임상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커리큘럼이 진행되고 서울대는 임상의 비중이대적으로 건대에 비해 적다고 들었던적이 있었던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신빙성은 좀 떨어지는거 같아요. 그런것보다는 지역에 따라서 좀 많이 갈리는것 같습니다. 서울쪽 임상은 아무래도 서울대나 건대쪽 사람들이 많이 하고, 지방 임상은 그 지역 출신 학교에서 많이 하는 정도랄까요. 제가 졸업생이면 좀 더 정확한 답변을 해드릴수 있을텐데 아직 재학생이라 정확한 업계 현황(?)에 대해선 해드릴 말씀이 없네요.

5. 수의대생들중에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국내 대학원을 선호하나요? 외국 대학원을 선호하나요?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네요. 국내 대학원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수의과대학으로 유명한 학교도 있고 좀더 체계적으로 되있어서 외국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건대의우는 외국에 나가는 사람보다 학교에 남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외국에 나가기가 쉽지 않은탓도 있는것 같아요.) 건대 수의대 같은 경우는 본과 2,3학년쯤에 대학원 생각과는 별개로 실험실에 들어가서 실험을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학부생 때부터 실험실에서 일을 배우고 졸업하고도 그 실험실에 남는 경우가 꽤 됩니다.

 그렇다고 국내 대학원을 선호한다고 하기도 머한게 외국에서 공부하다 오신 분들이 "미국 수의사"에 대한 세미나라도 하시면 학생들이 꽤 몰려요.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사람마다 달라요." 인거 같습니다.

6. 글쓰신 블로그 주인장님께서는 동물을 좋아하시거나 기르고 계신 강아지, 고양이가 있으신가요?... 블로그 주인장님같은 수의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피나 개고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당연히 저도 동물을 좋아합니다. 전 기르고 있는 개나 고양이는 없지만, 주변에 보면 꽤 많은 학생들이 개나 고양이를 한마리 정도는 기르고 있더라구요. (임상 하시는 분 말에 의하면 한마리쯤 키워보는게 좋다고 합니다. 애들이 어떻게 커가는지를 알아야 좀더 보호자와 말이 통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모피나 개고기 문제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개고기는 없어서 못 먹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아예 안 먹는 사람도 있어요. 동물보호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거 같으신데 학생들 전부가 동물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의견은 비슷합니다. (동물을 보호해야한다는 쪽으로요) 아마 모피나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과에 비해 좀더 많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수의대를 다니니까 모피나 개고기를 싫어할거다라는건 조금 현실과 다릅니다. ㅎㅎ

7. 수의사 처방제도나 동원후 비용지급문제, 동물의약품 분업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글쎄요. 이건 아직 졸업하기 전의 학생 입장에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그렇네요. (사실 그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해서 자세히 몰라요.) 최근 이슈가 되서 학생들의 서명까지 받아갔던 문제라면 동물진료에 부가세를 과세한다는 문제였는데 그 문제의 경우엔 반대합니다. 수의사의 밥그릇을 떠나서 국내의 반려동물 환경과 좀 동떨어진 법안인것 같습니다.

 서양의 경우와는 다르게 아직 국내에서의 반려동물 인식은 꽤나 열악한 편입니다. 치료비가 많이 나와서 병원에 개나 고양이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문화에 서양과 유사한 잣대를 가져다대는건 조금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마 말씀하신 처방제도나 분업문제 같은 경우도 비슷한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을거 같네요.

 아무래도 이건 민감한 문제고 제 의견이 수의사들의 의견으로 비춰질 위험도 있으니 자세한 답변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는걸 알아주세요 ㅎㅎ)

8. 사적인 질문일지 모르지만 글쓰신 블로그 주인장분은 면허 취득 후 어떤 진로를 생각하고 계신가요? 개원을 위해 인턴으로 가실런지? 아님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나 교수직으로 나가실런지? 아님 기업체취업이나 공무원을 생각하고 계신지?

 전 임상 할거에요. 나중에 개원이 목표입니다. 수의대 사람들은 의대와 달리 임상말고도 길이 많아서 임상 하는 사람이 많은건 아니지만 전 임상이 수의학이 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임상 할겁니다. ㅋㅋ 하지만 면허 취득하면 일단 군대부터 가야겠지요 ㅠㅠ (공중방역수의사라고 대체복무하는게 있어서 그걸로 갑니다.)

9. 돈도 중요하지만 내가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적성을 갖고 있다면 수의사란 직업을 갖고 개원하는 것도 괜찮은 직업이 될 수 있는지?

 이건 질문하신 분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ㅎㅎ 개인적으로는 괜찮은거 같아요. :) 괜찮은 직업이냐 아니냐는 본인의 판단기준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가치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것 같네요.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을 본다면 수의사는 전문직이니만큼 분명 좋은 직업이겠지요. 일단 적어도 먹고 사는것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니까 말이죠. 동물을 사랑하는 적성은 조금 별개의 문제인듯 싶지만 일단 나쁜 직업은 아닌것 같네요. ㅎㅎ

 더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면 질문과 메일주소 남겨주세요. 자세히 답변해드릴게요. 제 블로그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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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수의대 이야기를 하자면 유급에 대한 얘기가 빠질 수 없으나, 개인적인 이유에 의해서 (본인도 유급 경험이 있기에) 왠지 꺼려져서 쓰지 않고 있었는데 좀더 솔직하고 정확한 얘기를 위해 쓰려고 한다.(사실은 소재가 떨어져서...-ㅅ-;;) 아마 수의대(아님 의약계열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급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다른 4년제 대학에 (경고 같지도 않은) 학사경고라는 제도가 있다면 의약계열 쪽엔 유급이라는 제도가 있다.

 정확히 어떤때 학사경고를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유급이랑 기준은 비슷할것이다. 1년간 1,2학기의 평점을 계산했을 때, 2.0이 넘지 못하거나 이수 과목 중에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은 과목이 있으면 유급을 당한다. 학사경고도 2.0이 기준이었던거로 들었는데... 이거야 학교마다 기준이 다를테니...패스~! 물론 유급의 경우도 학교마다 기준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본2 1학기 기생충학을 가르치러 오신 전남대 교수님은 에프를 마구 남발하려고 하셨었다. (능력있는 과대 덕분에 에프는 최소로 발생했지만...자칫하면 기생충 때문에 1학기 끝나고 휴학할뻔...-ㅅ-;;)

 기준만 들어보면 생각보다 유급 당하는게 힘들거라는 생각을 한다. 맞다. 유급 당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근데 본과에 올라오고 나서는 매년 꼭 유급 당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본1때 가장 많은 수가 유급을 당하고, 본2부터는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지만 그래도 유급하는 사람이 생긴다. 올해 같은 경우는 본4를 제외한 모든 학년에서 유급이 발생한듯 싶다. (예과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생기지 않았을까...하는..-ㅅ-;;)

 나 같은 경우는 재시를 안 보러 가서 유급을 했는데..(자세한 사정을 얘기하면 너무 개인적이고 복잡하니 이것도 패스) 유급을 했을때의 기분은 정말 참담하다. 유급을 당하면 해당 학년을 1년 다시 다녀야 하기 때문에 동기들과도 떨어지게 되고, 그 끔찍한 커리큘럼을 다시 한번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심리 상태는 이러하다. 성적이 떴는데 과목중에 F가 발견된다. 그 경우...

대충 옆 그림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일단 F가 뜨면 교수님께서 재시를 통해 구제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데, 방학 중에 시험을 봐야 한다는 사실도 끔찍하고... (남들 놀때 난 공부해야 한다는...ㅠㅠ) 공부해야 하는 양 또한 한 학기 동안 배웠던 양 전부이기 때문에 다시 할 생각을 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1학기 때 F가 뜬 과목이나 2학기 때 F가 뜬 과목이나 재시는 모두겨울방학에 치뤄지기 때문에 (평점이 2.0이 안 넘으면 재시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재시를 보는 때는 12월 말에서 1월 초다. 결국 남들 크리스마스에 애인과 손 잡고 모텔갈때 나는 도서관 가서 엄두도 안 나는 양을 다시 봐야 하는것이다.

 그렇게 재시를 보면 웬만하면 학점을 D나 C로 올려주시는데 재시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올 경우 F가 그대로 유지되고 최종성적정정기간까지 구제받지 못하면 그대로 유급이다.

 유급이 확정될 때의 심정은 성적에 F 한두개 뜰때랑은 비교도 안 된다. 그냥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 (나 같은 경우엔 자의에 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꽤 힘들었었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랑 겹쳐서 정신병원 상담 받을뻔...-ㅅ-;;;)

 유급을 가장 많이 당하는 본과 1학년의 경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건대 같은 경우 공부하기 힘들기로 소문난 해부학과 조직학이 모두 있어서 그 두과목에서 펑크가 자주 난다. 건국대 조직학 교수님은 에프를 잘 때리기로 유명하신 분이고...(물론 왠만하면 거의 다 구제해주시지만... 많을 때는 10명 가까이 유급 당하는 경우도...) 본1의 경우는 공부를 해도 에프가 뜰 수 있는 과목들이 꽤 있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와는 상관없이 중위권 애들도 유급을 걱정하게 된다. (물론 최상위권은 그런거 신경 안씀)

 최근에는 예과생들도 유급을 당하는듯한데...(주로 수의대의 유급 제도에 대해 잘 모르시는 외부강사님이 에프를 때리신다.) 내가 예과 때만 해도 예과생은 유급을 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유급 당할 정도로 어려운 과목이 없다.) 아마도 학년이 내려갈수록 더 많이 놀고 수업도 더 많이 안 들어가는듯...(나도 거의 안 들어갔는데... 요새 애들은 교수님 얼굴도 잘 모르는듯...-ㅅ-;;)

 생명을 다루는 학문이니만큼 유급제도로 자격이 미달되는 학생들을 학년마다 걸러내는 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도 일단 1년 유급을 하게 되면 1년 등록금 천만원에 졸업이 1년 늦어지니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학생 개인으로서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한다. (본인이 공부를 안 해서 그런거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가급적 열심히 공부해서 유급을 안 당하는게 최선이지만 수의대에 들어오면 유급은 늘 옆에서 학생들을 위협하는 존재다. 안그래도 빡시게 공부하는 수의대생들한테 너무 잔인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은 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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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포스팅에서 해부학 실습 시간에 개를 해부하는 얘길 했었다. 그때 예고했던대로 이번에는 해부학 이론 수업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본과 1학년 때 가장 토나오는 과목이 있었다면 아마 조직학과 해부학이 아니었을까 싶다. 두 과목 모두 공부를 해보면 재밌는데 양이 엄청난지라 공부할 때 정말 고생이 심하기 때문이다. 조직학과 해부학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과목이다. 다만 조직학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구조를 공부하는 과목이고 해부학은 육안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구조를 공부하는 과목이다. (그래서인지 건대에선 조직학 교수님이 예전에 해부학을 가르치셨다는 얘기도 있다. - 사실인지는 모름. -ㅅ-)

 조직학은 다음에 땡시에 대한 얘기할 기회가 생길 때 말하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해부학에 대한 얘기를 중점적으로 해볼까 한다. 해부학의 커리큘럼은 총 1년에 걸쳐 진행된다. 가장 먼저 골학(뼈에 대한 공부)을 배우고, 그리고 근육, 혈관, 내장기관(이걸 호흡기계, 소화기계, 비뇨기계, 감각기관 등등으로 나눠서 배운다.) 순서로 공부를 한다. 신경은 따로 2학기 때 신경해부학이라는 과목에서 배우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해부학 수업 중간중간에 크고 중요한 신경들에 대해서는 공부를 한다.

 골학시간에는 뼈에 대해서 배운다. 이때부터 잊고 있던 의학용어들을 기억해야 한다. 방향을 나타내는 단어 (Cranial / Caudal, Proximal / Distal 등등)부터 큰 뼈의 이름까지는 예과 1학년때 의학영어 시간에 배우지만 다들 까먹었기에 이때 다시 외우기 시작한다. 뼈라고 하면 양이 얼마 안 될것 같지만 뼈 하나에서도 작은 돌기 같은 구조물의 이름까지 전부 외워야 하기 때문에 양이 꽤 된다. 게다가 수의대의 공부라는 것이 개를 위주로 하기는 하지만 개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부학 시간에는 꼭 비교해부학이 동반된다. 예를 들자면 개의 척추식은 목뼈 7개, 등뼈 13개, 허리뼈 7개, 엉치뼈 3개, 꼬리뼈 20~23개인데, 말의 경우는 등뼈가 18개라든지 하는 것들이다.(정확한 말의 척추식은 기억이 안난다 ;;) 비교해부학이라고 모든 동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개, 고양이, 말, 소, 돼지는 꼭 한다. 그러니 나중되면 이게 헷갈리기 시작한다. 내가 외운게 개였는지 아니면 돼지였는지...-ㅅ-;;;

 근육을 배울때는 근육이 시작되는곳(이걸 Origin이라고 한다.)과 닿는곳(이건 Insertion)을 외워야한다. 근육이 한 두개도 아니고 양이 엄청나기에 Origin Insertion을 다 외우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서도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은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비교해부학은 여기서도 학생들을 괴롭히는데 이때는 개한테는 없는 근육이 말한테는 있다든지 하는 식이다. -ㅅ-;; (비교해부학은 해부학을 하면서 끝까지 사람을 괴롭힌다.)

 혈관 공부는 동맥과 정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걸 외워야 되는게 토나오고, 채혈을 하는 혈관이 어딘지 같은 것도 조금씩 배우기 때문에 점점 더 헷갈려간다. 혈관에서 토나오는건 동맥에 대응되는 정맥이 이름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는거다. 정확한 예는 기억이 안나는데 이름이 똑같은거 같으면서 알파벳 한 두글자 다르게 나와서 사람을 열받게 만든다. ㅠㅠ

 내장 기관을 배우기 시작해도 어렵기는 똑같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기서부터는 작은 구조물의 이름을 외우는건 거의 없고 주로 비교해부학 위주로 공부하면 된다는거다. 신장의 모양이 동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거라든가... 생식기 같은 것도 동물마다 어떤 동물한테는 있는 구조물이 어떤 동물한테는 없는 조물주의 장난이 계속된다. -ㅅ-;;;

 그나마 비교해부학의 악몽이 가장 적은 것은 신경해부학인데 여기서는 뇌에 대해 배운다. 말초신경에 대해서도 배우긴 한거 같은데 지금 기억 나는건 거의 중추신경(뇌랑 척수)인듯 싶다. 개도 뇌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들이 여러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배운다. 하지만 동물에서의 신경해부가 잘 연구되지 않아서인지 주로 사람의 뇌를 기준으로 공부를 한다.

 08년도부터는 해부학용어가 전부 순한글말로 바뀌어서 공부하는게 좀더 어려워졌다. 원래 해부학을 배울때는 구조물의 이름을 영어와 한글 모두 외우는데 한글이 전부 바뀐거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접형골이라고 부르던 뼈를 08년 이후에는 나비뼈라고 고쳐부르는거다. 근데 공부를 할때는 과거 자료(선배들이 남긴 족보)를 봐야하기 때문에 접형골이라는 말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알아야 하는 말이 더 늘어나게 된다. 10학번 정도만 되도 과거 한글용어까지 알 필요는 없을듯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과도기에 껴서 좀 더 힘들게 공부를 했던거 같다.

 챕터가 끝날때마다 보는 해부학의 시험은 (중간/기말 두번으로 나누어 보면 양이 너무 많아서 시험을 챕터마다 본다.) 양도 많고, 이해가 필요없는 순도 100%의 암기시험이기 때문에 매번 어렵다. 전날 밤을 새도 다외우는건 쉬운일이 아니니 족보는 필수다. (족보에 대한 얘기는 이전 포스팅 참조)

 공부할때는 분명 토나오고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해부학을 공부하고 나면 내가 수의대생이 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인지 난 이 과목이 꽤 좋았다. 아마 수의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이 아닐지...(아님 말구 -ㅅ-;;)

ps. 맨날 글만 남기는 거 같아서 재밌는 이미지를 넣고 싶지만 역시나 귀차니즘 때문에 무리인듯... 해부학 교제라도 넣어보고 싶었는데 포스팅 한곳이 카페라서 그냥 포기. 집에가서 찍어서 다시 올리는게 너무 귀찮다. ㅠㅠ (개강이 1주일도 안 남았는데 이놈의 귀차니즘....큰일인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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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해부학 실습과 관련된 포스팅을 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약간 우려섞인 이야기를 들었다. 동물보호단체나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해부학 실습 시간에 대한 묘사가 동물생명경시 같은 모습으로 비춰질수 있다는 얘기였다. 해부학 실습이 수의대생들한테는 당연한 것이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카데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도 잔인한 일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사진들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사전에 교수님들께서 주의를 주시고는 한다.) 그래서 오늘은 수의대생들이 동물을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 (해부학 포스팅 2를 하려던 계획은 저 멀리...-ㅅ-;;)

 분명 수의대생들의 공부에 1년간 희생되는 동물들은 꽤나 많다. 실험용 마우스의 경우도 많이 희생되는 동물중 하나이고 닭이나 물고기까지도 실습 시간에 희생되고는 한다. 하지만 이런 희생에 대해 무감각해 하는 수의대생은 거의 없다. 부검 실습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마취 직전까지 마우스나 랫드를 쓰다듬어 주고 놀아주는 학생도 많고, 동물을 거칠게 다루면 오히려 주변 친구들로부터 그러지 말라고 타박을 듣는다. 실습 시간에 개라도 들어오면 그 날은 남여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한다. 여자들은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고, 남자들도 개가 들어오면 실습 시간동안 들떠있게 된다.

<마우스와 랫드 크기 비교.. 마우스가 흔히들 상상하는 실험용 흰색쥐>

 본과 1학년엔 실험동물학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의 경우 실습 시간에 다양한 동물을 접하게 된다. 주로 마우스와 랫드를 위주로 실습을 하고 학기말에는 햄스터 기니피그, 토끼까지도 실습동물로 다루게 된다. 실습에 사용되는 마우스와 랫드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직접 물과 먹이를 주며 키워야 하는것들이고(교배까지 시킨다.), 햄스터, 기니피그, 토끼 같은것들은 마지막 시간에 채혈실습과 보정연습을 위해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이 동물들의 경우는 모든 실습이 끝나면 일부는 부검실습을 위해 희생시키지만 집에서 키울수 있는 것들의 경우는 원하는 학생이 집으로 데려간다. (최대한 희생을 줄이고 일종의 분양을 하는 셈)

 실험동물학이라는 과목 특성 때문인지 이 시간엔 3R이라는 동물복지와 관련된 내용을 배운다. Replacement, Refinement, Reduction을 첫글자만 따서 3R이라고 한다. 대충 설명하자면 동물 대신 다른걸로 실험을 대체(Replacement)하고, 실험동물의 고통을 줄이고(Refinement), 실험동물의 사용수를 줄이는(Reduction)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이런식의 대안적인 실험을 본과 2학년 독성학 실습 시간에 직접 해본다. 원래대로라면 토끼를 희생시켜야 하는 것을 도축장에서 버리는 소 눈으로 대체한다든가 하는 실험이다.

 아마 다른 학교도 하지 않을까 싶지만 건국대의 경우엔 1년 한번 "수의인의 날"이라는 행사에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희생된 동물들에게 제사를 지낸다. 사람에게 하는것과 같이 제사 음식을 차려놓고 돌아가면서 절을 한다. 이를 수혼제라고 한다. 대학생들이니만큼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든 수의대생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학교 생활을 하며 최소한 한번쯤은 참석해본다.

 수의대는 기본적으로 동물들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들어오는 학교다. 점수 맞춰온 학생들이 많다고는 했지만 적어도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동물을 만지는걸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학생들은 실습 자체를 할수가 없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면 수의대에서 6년을 견딜수가 없다. 수의대 밖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분명 잔인해보이는 실습이 있을수도 있다. (수의대생이 보기에도 가끔 눈살이 찌뿌려지는 실습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실습을 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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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소개팅이나 미팅을 나가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해부해본적 있어요?"라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있다. 해부학은 수의대에서 본과 1학년에 배우는 과목인데, 이론과 실습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실습 시간에 4~5명이 한 조를 이뤄 개를 해부한다. 수의대이니만큼 개 말고도 여러동물을 해부할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의외로 해부학 시간에 하는 것은 개 해부뿐이다.

 이론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얘기하도록 하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습 수업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실습 수업은 모두 1년에 걸쳐서 진행된다. 1학기 중간고사 전까지는 골학을 배우는데 교수님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이때 주로 오랄(Oral) 시험을 본다. 총 4시간의 실습 시간중 3시간 정도는 열심히 뼈를 외우다가 1시간 정도는 교수님에게 조별로 불려가서 구두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의 질답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집에 갈수 있거나 아니면 좀더 남아서 외우거나하는데... 아무리 빡시게 외워도 교수님이 대답할수 없는 질문을 하시기 때문에 패스는 못한다.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해부라고 할수 있는 카데바 실습을 시작한다. 카데바라는것은 개의 시체에 포르말린 같은 방부제를 넣어서 썩지않게 만들어놓은 부검용 시체를 말하는데 한 조당(4~5명) 한 마리의 카데바가 주어진다. 견종은 매해 다르다. 일반적으로 자주 실습되는 견종은 비글이나 셰퍼드다. 비글은 주로 실습견으로 많이 사용해서인듯하고 셰퍼드는 주로 군견이나 경찰견이 죽으면 학교에 기부되는듯 하다. (정확한건 모르지만 대충 이렇다고 들었다.) 카데바 선택은 조장의 가위바위보로 이긴 조가 우선권을 갖게 되는데 선호되는 카데바는 크기가 작은  수컷이다. 크기가 크면 근육이나 신경 같은걸 확인하기 좋지만 작업이 힘들고, 암컷이 경우는 수컷보다 지방이 많아서 지방 걷어내는 작업이 수컷에 비해 배는 힘들다. 지방에 포르말린이라도 섞여서 흘러나오면 그땐 정말 울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별로 카데바가 선택되면 해부학 실습이 시작된다. 처음엔 근육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신경들도 모두 보고 이름이 뭔지 확인한다. 실습을 하면서 조별로 사진을 찍는데, 이때 찍은 사진은 땡시라고 해서 중간, 기말고사에 시험으로 나온다. 시험에선 학생들이 찍어놓은 사진에서 마킹을 해놓고 그게 뭔지 물어본다. 슬라이드가 지날갈때마다 땡 소리가 난다고 해서 땡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부한 사진을 보면 그게 다 그거로 보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매우 높다. (대충 안심이랑 등심 놓고 이게 뭔지 맞춰보라는거랑 비슷한 난이도. 가끔은 어느쪽이 머리방향인지 헷갈리는 사진도 많다.)

 1학기때는 주로 근육들을 위주로 보고 여름 방학땐 냉동고에 카데바를 보관했다가 2학기가 개강하면 다시 1학기 때 보던 카데바로 실습을 계속한다. 1학기때 주로 근육 위주로 봤다면 2학기때는 주로 내장과 심혈관계를 위주로 본다. 카데바라는게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포르말린 냄새가 심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실습 시간이 힘들어지게 된다. 가끔 방학동안 카데바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조도 있는데, 이런경우엔 사태가 심각해진다. 곰팡이가 폈을뿐, 썩은게 아닌데다 여유분이 카데바가 없기 떄문에 교수님이 물로 씻어내고 실습을 진행하라고 하시기에... 알아보기도 힘들고 냄새도 심하다.

 실습은 매우 자율적으로 진행된다. 교수님이 실습 전에 오늘 봐야하는 구조들을 프린트해서 주시면 부검하면서 그걸 하나하나 확인하는 식이다. 옆에서 코치해주는 사람이 없이 학생들만으로 부검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끔(이라 쓰고 자주라 읽는다.) 꼭 확인해야 하는 구조물을 잘라놓고(주로 신경이나 혈관을...) 못찾아서 조교님을 불렀다가 혼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엔 신경을 잘라놓고 교수님께 땡시용으로 제출할 사진을 찍기 위해 끊어진 신경을 교묘하게 안 끊어진것처럼 위조(?)해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잇다. (결합조직을 신경처럼 보이게 잘 다듬어서 사진 찍은 경우도 있다. ㅋㅋㅋ)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해부학 실습은 1주일에 한번 4시간씩 진행된다. 실습 중간에는 앉아있기도 힘들고 계속 서서 카데바 옆에 붙어있어야한다. 쉬는 시간은 한번만 주어진다. (물론 교수님마다 다르다.) 그래서 해부학 실습을 하고 나면 하루종일 힘들고 포르말린 냄새가 몸에 배기 때문에 사람 많은 곳에 가기도 힘들다. 끝나고 나면 힘들어서인지 술이 그렇게 땡기는데 삼삼오오 모여서 맥주를 한잔 하러 가기도 한다.

 해부학 시간 외에도 동물을 해부하는 경우는 많다. 예과 때 이미 마우스를 부검하는 시간이 있고, 본1 때는 해부학 말고도 실험동물학에서 마우스, 랫드를 부검한다. 본2 때는 병리학 시간에 돼지 부검을 하고 조류질병학 시간엔 닭을, 어류질병학 시간엔 물고기도 해부한다. 정말 다양한 동물을 해부하게 되지만 기본이 되는 것은 개이고, 다른 시간에는 해부학 시간만큼 자세하게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해부하지도 않는다.

 다시 하라고 하면 죽어도 하고 싶지 않지만 해부학은 수의대에 들어와서 개라는 동물을 직접적으로 접하는 첫 수업이기도 하고...(예과때는 그런거 없다. 예과때는 여기가 수의댄지 자연과학대인지 알길이 없다.) 해부학을 배우고 나면 개라는 동물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했던 수업중 하나였다. 아마도 다음 포스팅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부학 이론 수업에 대해서 포스팅이 될듯하다.

ps1. 가급적 수의대 이야기는 재미를 위주로 쓰고 싶어서 사진도 넣고 싶었지만 해부학과 관련된 사진은 모자이크가 필요한 사진들이 많고... 귀찮아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스킵 ㅋㅋㅋㅋ

ps2. 해부학 시간은 분명 힘들고 많은 학생들이 싫어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실습 시간에는 매우 진지하다. 예전에 카데바로 장난치던 의대 학생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는데 적어도 우리 학교는 그런 경우는 없다.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기부된 동물들에 대해서 가벼운 마음을 갖는 사람도 없다. 이 글이 동물보호와 같은 주제와 어울려 논쟁이 될까봐 걱정은 되지만 일단은 수의대에 대한 얘기를 솔직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포스팅이니만큼 그런쪽으로 너무 민감하지 않게 봐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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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의대의 예과 생활이라는걸 이렇게 뭉뚱그려서 얘기할수 있는건가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도 딱히 상관없을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뭉뚱그려서 설명해본다. (뭔가 세세하게 설명하기에 예과 생활은 기억속에 잊혀질법한 좀 지난 얘기가 되고 있다. ㅠㅠ)

 예과는 6년제 대학이라면 전부 똑같겠지만 널널하다. 선배들이 공부하지 말고 놀라고 옆에서 부추기기도 하고 친구들도 전부 놀기 때문에 뭔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 분위기 자체가 노는 분위기다. 학교 수업도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예과 때는 대출을 정말 잘해주기 때문에 놀 일이 생기면 친구에게 대출을 맡기고 빠지면 된다. 대출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지간해서는 출석 때문에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는 없다.

 시험공부도 똑같다. 예과 1학년 때 배우는 과목들은 고3 때 공부를 조금만 열심히 한 학생이라면(수의대를 들어올 정도의 학생이라면), 굳이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상식(?)으로 시험을 볼수가 있다. 그렇기에 공부를 안 하더라도 지장이 없다.

 나도 수업을 잘 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학기 동안 한번 수업 들어간 친구도 있었다는거 보면 예과생의 학교 생활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수 있을것이다. 수의대 수업이 아닌 교양수업이라는 것들도 전교생이 듣는 수업이라서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철저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철저하게 교양수업이 진행되지 않는것이 아니라 널널한 수업만 골라듣게 된다. (어떤 수업이 널널한 수업인지는 바로 윗학번.. 그러니까 예과2학년 선배들이 가르쳐준다.)

 그런식으로 학교 생활을 하면 예과 때 배우고 넘어가야 하는 것들을 배우지 못하지 않느냐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예과 1학년 때 배우는 과목들은 거의 기초과목들로 수의학 공부와는 큰 연관이 없는 것들이고, 기껏 수의학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과목이라고는 의학영어 정도인데... 의학영어는 굳이 이때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본과에 들어가면 이런걸 왜 따로 예과 과목으로 편성했는지 의아할정도로 지겹게 다시 보게 된다. 예과 1학년에서 건질만한 과목이라고는 정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다만 예과 2학년은 조금 다르다. 2학년 때는 면역학과 바이러스학을 배우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면역학은 아니지만 바이러스학은 과장 조금 보태서 본과 과목에 들어가도 딱히 지장이 없을 정도의 양이다. (그래도 본과 때 배우는것보다는 양이 적다.) 그래서 기존에 하듯이 계속 대충 하면 쉽게 에프를 받을수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면역학 같은 경우는 지속적으로 나오는 내용인데 본과에서는 기초적인걸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배워두는게 좋은 과목이고...

 아마 학교마다 커리큘럼이 조금씩 다를거다. 면역학이 본과에 가 있는 학교도 있을거 같고... 조금씩 다 다르겠지만 아마 예과 때 논다는건 전국 10여개의 수의과대학 모두가 갖는 공통점이 아닐지...

ps. 농담삼아 얘기하지만 예과 때 중요한 과목이 별로 없다보니... 이럴거면 그냥 4년에 배우고 졸업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가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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