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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의대 이야기 - 희생된 동물들에게 제사를... 수혼제 2011.02.10
 어제 해부학 실습과 관련된 포스팅을 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약간 우려섞인 이야기를 들었다. 동물보호단체나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해부학 실습 시간에 대한 묘사가 동물생명경시 같은 모습으로 비춰질수 있다는 얘기였다. 해부학 실습이 수의대생들한테는 당연한 것이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카데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도 잔인한 일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사진들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사전에 교수님들께서 주의를 주시고는 한다.) 그래서 오늘은 수의대생들이 동물을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 (해부학 포스팅 2를 하려던 계획은 저 멀리...-ㅅ-;;)

 분명 수의대생들의 공부에 1년간 희생되는 동물들은 꽤나 많다. 실험용 마우스의 경우도 많이 희생되는 동물중 하나이고 닭이나 물고기까지도 실습 시간에 희생되고는 한다. 하지만 이런 희생에 대해 무감각해 하는 수의대생은 거의 없다. 부검 실습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마취 직전까지 마우스나 랫드를 쓰다듬어 주고 놀아주는 학생도 많고, 동물을 거칠게 다루면 오히려 주변 친구들로부터 그러지 말라고 타박을 듣는다. 실습 시간에 개라도 들어오면 그 날은 남여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한다. 여자들은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고, 남자들도 개가 들어오면 실습 시간동안 들떠있게 된다.

<마우스와 랫드 크기 비교.. 마우스가 흔히들 상상하는 실험용 흰색쥐>

 본과 1학년엔 실험동물학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의 경우 실습 시간에 다양한 동물을 접하게 된다. 주로 마우스와 랫드를 위주로 실습을 하고 학기말에는 햄스터 기니피그, 토끼까지도 실습동물로 다루게 된다. 실습에 사용되는 마우스와 랫드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직접 물과 먹이를 주며 키워야 하는것들이고(교배까지 시킨다.), 햄스터, 기니피그, 토끼 같은것들은 마지막 시간에 채혈실습과 보정연습을 위해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이 동물들의 경우는 모든 실습이 끝나면 일부는 부검실습을 위해 희생시키지만 집에서 키울수 있는 것들의 경우는 원하는 학생이 집으로 데려간다. (최대한 희생을 줄이고 일종의 분양을 하는 셈)

 실험동물학이라는 과목 특성 때문인지 이 시간엔 3R이라는 동물복지와 관련된 내용을 배운다. Replacement, Refinement, Reduction을 첫글자만 따서 3R이라고 한다. 대충 설명하자면 동물 대신 다른걸로 실험을 대체(Replacement)하고, 실험동물의 고통을 줄이고(Refinement), 실험동물의 사용수를 줄이는(Reduction)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이런식의 대안적인 실험을 본과 2학년 독성학 실습 시간에 직접 해본다. 원래대로라면 토끼를 희생시켜야 하는 것을 도축장에서 버리는 소 눈으로 대체한다든가 하는 실험이다.

 아마 다른 학교도 하지 않을까 싶지만 건국대의 경우엔 1년 한번 "수의인의 날"이라는 행사에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희생된 동물들에게 제사를 지낸다. 사람에게 하는것과 같이 제사 음식을 차려놓고 돌아가면서 절을 한다. 이를 수혼제라고 한다. 대학생들이니만큼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든 수의대생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학교 생활을 하며 최소한 한번쯤은 참석해본다.

 수의대는 기본적으로 동물들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들어오는 학교다. 점수 맞춰온 학생들이 많다고는 했지만 적어도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동물을 만지는걸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학생들은 실습 자체를 할수가 없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면 수의대에서 6년을 견딜수가 없다. 수의대 밖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분명 잔인해보이는 실습이 있을수도 있다. (수의대생이 보기에도 가끔 눈살이 찌뿌려지는 실습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실습을 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