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의대 이야기와 최근 유행하는 구제역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트위터 타임라인은 본인이 보고 싶은 이야기만 보도록 자기가 만드는거라고 난 거의 IT 얘기가 타임라인 전반에 흘러 넘친다.(IT 얘기 반이랑 예쁜 여성분들 얘기 반) 그러다가 최근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수의학 계통에서 일하시는 분들(주로 수의사)을 팔로우 했다가 링크를 하나 보게됐다.

 "구제역 살처분 농가 아들이 올린 글"

 구제역에 대해 자세히 배우게 되는 시기는 본과 2학년 전염병학 시간인데 구제역은 딱히 치료약이 있는 질병이 아니어서 예방이 중요하다고 배운다. 만약 요즘처럼 광범위하게 발생했을때는 질병에 걸린 개체와 근처 지역의 멀쩡한 개체까지 살처분해야한다고 배운다. (사실 구제역뿐만 아니라 꽤 많은 질병이 발병시 "살처분"이라고 간단히 배우고 넘어간다.) 아마 치료약을 개발할수 있다고 해도 소나 돼지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산업동물로 취급되기 때문에 잠재적인 경제적 손실 위험 때문에 살처분을 최선으로 할 것이다. 산업동물에서의 전염병이라는게 치료가 되느냐 마느냐보다는 전염이 되느냐 마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수의대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윤리적인 인식을 갖기 위해서 배우는 과목이 있는데, 예과 1학년때 배우는 "수의윤리학"이 그것이다. 수업은 토론형식으로 진행된다. 수업이 시작되면 근처에 앉은 사람끼리 모여서 주어진 케이스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에 대한 토론을 한다. (사실 예과1학년인데다 교수님이 적극적으로 토론을 이끌지도 않으시기 때문에 이 토론이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진 않지만 케이스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기회가 된다.)

 케이스는 대충 이렇다. 이번과 같이 구제역이 발생했을때 전염병을 전파시킬 잠재적인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멀쩡한 소나 돼지를 안락사 시키는게 옳은지... 아니면 동물병원에 찾아온 개를 중성화 시키는것이 옳은지... 이런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준다.

 예과 1학년 때는 수의대에 대한 환상도 아직 남아있고, 자기는 동물을 사랑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차 있는 순진한 때인지라 대부분의 대답은 안락사를 피하고 동물을 살려야한다는 쪽으로 얘기가 나온다.(물론 시험은 수업자료에 나오는 모범답안을 외워서 복사기처럼 그대로 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수업을 통해서 알게된건 수의학이라는 학문은 온전히 동물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시험에 쓰게 되는 모범답안이라는것도 안락사를 정당화시키는 답안들이 꽤 많고, 수의학이라는게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학문 같은것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실제 본과 1학년 때 배우는 실험동물학을 배우고 나면 그런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수의윤리학이라는 과목에서 항상 나오는 단어가 euthanasia(안락사)라는 단어다. 아마 논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사람의 안락사가 윤리적으로 옳은가에 대한 논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본적이 있을것이다. 그때마다 양쪽의 의견은 팽팽하게 대립이 되고 결국엔 답이 나오지 않지만 말이다. 사람과 달리 동물에서의 안락사는 그다지 논란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동물을 안락사 하는 일은 동네 동물병원을 찾아가도 쉽사리 볼수 있고, 유기견 보호소 같은곳에서는 더욱 다반사로 일어난다. 수의사가 되면 절대 피할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굳이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수의대생이 되면 실습 시간에 쥐 한두마리 죽이는건 일도 아니다. (필자는 이번 학기에만 실습시간에 돼지를 2마리 잡았다.)

 고학년이 되면 이런 논란에 대해서 무감각해지게 되는데, 별 이견 없이 그대로 안락사를 인정하게 된다. 아마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살처분", "안락사" 라는 단어에 대해 면역이 생겨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수의대에 단순히 동물이 좋아서 오고 싶다는 친구들을 보면 좀 말리고 싶다. 특히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다보니 자신의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다른 동물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더더욱 그렇다. 수의학은 생각하는대로 그렇게 낭만적인 학문이 아니다.